신데렐라는 있다?

방송 3사의 신데렐라 만들기 경쟁이 뜨겁다.

"모델" "신데렐라" "파랑새는 있다"

이달중 시작될 3사의 드라마다.

제목에서부터 신데렐라 드라마라는 걸 선포하고 나선 것.

KBS MBC SBSTV는 "첫사랑" "사랑한다면" "형제의 강" 등 이달중 끝나는
작품의 후속드라마 제목을 아예 원색적인 것으로 만들어 붙였다.

여자 주인공을 신데렐라로만 만들면 시청률이 올라간다는 전제 아래
"우리 드라마야말로 진짜 신데렐라를 보여준다"고 앞다퉈 주장한다.

왕자(?)를 만나야 하기 때문일까.

여주인공의 직업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모델, 밤무대가수, 호스테스 등 얼굴과 몸매를 내세우는 직종에 종사한다.

SBSTV가 9일부터 방영할 수목드라마 "모델" (연출 이강훈 극본 이윤택)은
신데렐라 만들기라는 주제에 눈요기까지 곁들인다.

톱모델로 올라서기 위해 애쓰는 남녀 등장인물의 얽키고 설킨 관계를
그릴 이 연속극은 모델들의 반나 모습이나 화려한 의상등을 화면에
담아낸다.

MBCTV가 이달말께 시작할 주말연속극 "신데렐라"는 한술 더뜬다.

"애인"의 이창순PD가 연출할 이 드라마는 황신혜와 이승연이 자매로
나와 재벌2세인 김승우를 둘러싸고 벌이는 애정싸움을 그릴 예정.

"재벌2세와의 결혼=신데렐라"라는 공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셈이다.

여기서도 이승연을 직업모델로 등장시킨다.

KBS2TV도 질세라 주말연속극"첫사랑"의 후속으로 "파랑새는 있다"를
내놓는다.

"서울의 달"의 작가 김운경과 "젊은이의 양지"의 전산PD가 만드는 이
작품은 서울 변두리 나이트클럽을 무대로 밤무대가수 차력사 창녀 등
밑바닥 인생의 삶을 담는다.

물론 여주인공은 신데렐라가 될 예정이다.

무대가 무대인 만큼 향락적이고 소비적인 냄새가 풍길 수밖에 없는
드라마.

방송사들이 이처럼 신데렐라 연속극 만들기에 혈안이 된 것은 시청률
최우선 정책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별은 내가슴에" (MBC), "꿈의 궁전"
(SBS) 등 노골적인 신데렐라 드라가가 인기를 끄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데렐라 드라마만 만들면 최소한 실패는 면한다"는 걸 알면서도
조심스럽던 방송사와 드라마 PD들이 시청률 지상주의에 밀려 눈치 볼 것
없이 벗고 나섰다는 것.

이같은 경향에 대해 김기태 방송비평회 총무이사는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신데렐라에
대한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젊은 여성들의 의식을 좀먹게 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