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리점에 얼마만큼의 물량을 줘야 물건갖고 다툼이 없을까"

요즘 이같은 행복한 고민으로 하루를 보내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불경기로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고초를 겪고 있는 요즘에도 이 회사는
주력상품이 만드는 족족 팔려나가 근로자들의 발걸음까지 가볍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기약탕기에서의 명성을 전기압력솥으로 이어가고 있는
서울 성수동의 대웅전기산업(대표 김용진)이다.

이 회사가 지난 92년 국내최초로 개발한 전기압력솥 "모닝컴" 시리즈는
소비자들로부터 날로 인기를 얻고 있다.

대웅전기의 하루 "모닝컴" 생산량은 6백대안팎.

실제로 물을 끓여보는 최종 테스트를 마치고 제품이 말끔히 포장되면
곧바로 차에 실려 출고돼 재고가 전혀 쌓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예 이 회사에는 재고를 쌓아두는 창고도 없다.

이런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 회사는 요즘처럼 자금회전이 어려운
시절에도 현금결제를 고집하고 있다.

신용이 여간 두터운 거래선이 아니면 어음주고 물건 얻기는 하늘에
별따기이다.

30만원대로 일반 전기밥솥의 4배가 넘는 고가임에도 대웅전기의
"모닝컴"이 없어서 못파는 가장 큰 이유는 탁월한 밥맛에 있다.

이 회사는 한국인의 입맛을 감당할 전기압력솥을 만들기 위해 국립기술
품질원에 "전기압력솥 회로 개량프로젝트"를 맡겼을 정도로 좋은 밥맛
찾기에 열성이다.

밥맛을 개선하느라 대웅전기가 들이는 돈은 순수연구비만 매년 1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실제로 직원수(1백80여명)의 10%가 넘는 20여명의 연구진이 일하고 있는
개발실에선 밥짓는 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제품의 속 못지 않게 겉에 들이는 공도 여간이 아니다.

매년 2개의 신모델을 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대웅전기는 지난
94년부터 통상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KIDP)으로부터
산업디자인 지도를 받아 제품에 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런 남모르는 정성이 세계적인 수준의 세련됨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대웅전기의 지난해 매출은 2백55억5천5백만원, 지난 95년의 1백70억5천
1백만원에 비해 50%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3백억원을 목표로 삼았으나 목표가 초과달성되고 있어 3백5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