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마음이 얼마나 가벼운가.

얼마전 라운드에서 친구 한명이 지나가듯 한마디 던졌다.

"자네 스푼샷도 임팩트가 굉장하군"

단지 그 한마디를 3번홀에서 들었는데 그 다음부터 페어웨이 우드샷은
영 딴 판으로 흘렀다.

임팩트가 아주 좋아졌다고 하니 아마 더 기막힌 임팩트를 추구한 게
원인이었을 것이다.

나는 골프의 심리전, 그 "말의 향연"에는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적어도 "미스샷을 유도하는 코멘트"들은 투지를 더 불타 오르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굿샷"을 평가 받으니 "인간의 공통적 욕심"이 표면화된
모양이다.

사실 스윙에 의해 스코어가 좌우되는 것은 프로들 얘기다.

아마추어 스윙의 잘잘못은 기술적 헛점보다는 본인의 심리나 상대
코멘트가 더 영향을 끼친다.

앞에서 얘기했듯 "특별한 칭찬"도 스윙의 평온함을 무너뜨릴 수 있고
스윙에 대한 분석도 마찬가지이다.

"폴로스루가 완벽하게 되는군"이란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은 폴로스루에만
신경이 쓰이며 다른 동작이 흐트러 질 수 있고 "체중이동이 안된다"는
말을 듣고는 스윙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결국 플레이중에는 "특정한 코멘트"는 피하는 게 좋다.

말은 단지 추상적 표현에 그쳐야 한다.

그저 "스윙 좋읍니다" 또는 "별거 아니니 느긋하게 치세요" 정도면
족하다.

4명중에는 동지도 있고 적도 있을텐데 그 "말 잔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당신의 슬기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