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 벤츠의 품격이냐, BMW의 화려함이냐"

세계적인 고급차의 대명사격인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한국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 싸움에 돌입했다.

흔히 벤츠는 전통과 품위를 간직한 "프레스티지(고급)"라는 이미지가
강한 반면 BMW는 젊은 활동성과 화려함을 띤 "다이내미즘(역동성)"을
강조한다고 일컬어진다.

"한국에서 벤츠는 지나치게 신사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보수적이라는 뜻이다.

마케팅 전략 등 모든 면에서 변신을 싫어한다"(BMW코리아)

"BMW의 판매술은 지나칠 정도로 앞서가 있다.

이는 때때로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한성자동차)

서로의 평가가 어떻든 벤츠와 BMW는 품질과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일단 판매량에선 BMW가 약간 앞서고 있다.

96년의 경우 한성자동차가 1천2백27대, BMW코리아가 1천4백47대씩을
각각 팔았다.

양사의 주력차종을 보면 벤츠는 E클라스와 S클라스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다.

모두 벤츠의 이미지를 이끄는 차이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중핵을
차지하는 모델이다.

BMW코리아는 주력차종이 따로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심 5,7시리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양사는 또 비슷한 시기에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한성이 지난달 "SLK"의 시판에 들어간데 이어 BMW코리아도 "Z3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이 두차종은 세계 어딜 가더라도 성능이나 스타일에서 치열한 승부를
겨루는 차들이다.

양사는 모두 이 차종을 이미지 리딩카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내놓을 신차들을 보면 한성이 소형 스포츠카 "SLK"에 이어
포르셰 복스터, C클라스왜건, 미니밴 스타일의 비아노 등 비교적 다양한
차종을 계획중이다.

반면 BMW코리아는 "Z3 로드스터"외엔 특별한 신차 계획이 없다.

다만 3,5,7시리즈의 스페셜 모델을 준비중이다.

가격면에서 양사는 전략적으로 상대 차종의 가격을 의식한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BMW는 벤츠에 비해 보통 10%정도 값이 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양사의 동급 모델간 가격차가 거의 없다.

이에대해 한성은 "실제로 벤츠의 국내 판매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반응이고 BMW코리아는 "벤츠보다 옵션이 더 많아 이로인한 가격차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사의 소비자층은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벤츠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BMW는 이보다 다소 아래인 30~40대에서 선호한다.

이는 "벤츠는 중후한 스타일의 차,BMW는 활동성이 넘치는 차"라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