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가 봄철 개편과 함께 시작한 오후 8시대 일일연속극에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여성차별 장면도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매스컴모니터회(회장 전상금) 회원 26명이 3~11일
9시 뉴스전 일일연속극을 모니터한 자료에 따르면 가족시간대임에도 불구,
3사 모두 시청률 확보에 급급, 저속한 장면을 많이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MBCTV의 "세번째남자"는 눈요기를 위한 폭력장면이 많고 비속어도
잦은 것으로 지적됐다.

여고생인 수미가 "여자가 가슴만 크면 맹해 보이잖아"하면서도 가슴에
스폰지를 넣고 다니는가 하면 하연이 "언니는 남자 냄새만 맡으면 정신을
못차리잖아", "남자가 그리우면 밤일을 나갈 것인지" 하는 등 성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말이 많다는 것.

또 여고생이 후배를 때리는 등 폭력장면이 자주 비치는 것도 문제로 제기
됐다.

SBSTV의 "행복은 우리 가슴에"는 조기퇴직 명예퇴직 등을 심각한 사회현상을
다루면서도 이를 마치 개인의 우스꽝스러운 일상사인양 나타나게 해 드라마가
남의 아픈 상처를 이용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 모니터회의 주장.

아울러 4명의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성을 비하하고 무시하는가 하면
성차별적 폭언도 서슴치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1TV의 "정때문에" 역시 시청률을 겨냥, 현실과 다른 대가족제도를
고집해 현대인의 가치관이나 생활패턴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춘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