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등 채권은행단은 삼미특수강의 조속한 제3자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이 회사의 부채가 워낙 많은데다 정책적 배려도 기대하기
어려워져 인수 예상기업들이 모두 난색을 표명하고 나선 탓이다.
특히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20일 "삼미부도 처리에 개입하지 않을 것"
이라며 "제3자 인수 등에도 정부지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삼미문제를 경제논리대로 풀어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경제논리대로 하자면 부채가 8천억원이 넘는 부실 삼미특수강을 인수할
기업은 거의 없어 제3자 인수는 난항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에 이어 삼미특수강도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예상이다.
정부와 채권은행들로선 적지않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삼미를 경제논리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 전해지자 인수예상
기업으로 거론되던 철강업체들은 일제히 "삼미 인수 불가" 입장을 나타냈다.
인천제철 관계자는 "창원과 울산에 흩어져 있는 삼미의 스테인리스 강판
공장은 연산 25만t 규모인데 이 정도 공장은 4천억원 정도면 새로 지을 수
있다"며 "아무리 이자를 탕감해 주더라도 8천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공장을 인수할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제철은 이미 아산공단에 연산 45만t의 스테인리스
열연강판과 연산 15만t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공장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삼미엔 관심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 특수강 분야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동국제강 강원산업 연합철강
등 전기로 업체들도 삼미의 인수 예상업체로 거명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올 연말까지는 총 8천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포항공장 증설에 여념이
없는데 삼미를 인수할 수 있겠느냐"(동국제강).
"가뜩이나 철강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기업 인수는
위험하다는 판단이다"(강원산업).
"올 주총에서도 증자가 무산됐다. 기본적으로 투자여력이 많지 않아
삼미인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연합철강).
한결같이 삼미특수강 인수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잔뜩 긴장하고 있는 곳은 포철.
민간 철강업체들이 삼미인수를 극구 꺼린다면 자칫 포철이 삼미를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포철은 철강업계의 "맏형"격으로 삼미특수강 경영난 해소를 위해 최근
창원의 봉강및 강관공장을 7천1백94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보철강의 위탁경영까지 떠맡았었다.
이래저래 부실 철강업체 처리에 "해결사" 노릇을 하다보니 포철로선 여간
곤욕스런게 아니다.
포철 관계자는 "그나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포철에 부실기업
정리 부담을 자꾸 떠넘기는 것은 포철의 경쟁력을 갉아 먹는 것"이라며
우려했다.
물론 삼미특수강 인수가 의외로 쉽게 진전될 수도 있다.
삼미특수강 창원공장의 경우 한보의 당진제철소와는 달리, 공장만 놓고
보면 경제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미특수강 스테인리스 강판공장은 올해 4백50억원의 흑자가
기대된다"(김현배 삼미그룹회장)고 삼미측은 주장하고 있다.
포철도 봉강공장 등보다는 강판공장이 수익성이 있는건 사실이라고 인정
했다.
이렇게 보면 삼미특수강 제3자인수는 8천억원의 눈덩이 부채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정부와 채권은행단도 이 문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