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그룹의 전격적인 법정관리 신청을 놓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볼때 기업들은 부도가 난후 법정관리를 신청하지만 최근들어선
부도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들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작년의 경우 건영이 제3자인수를 추진하다가 8월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12월중엔 주택건설업체인 동신도 같은 과정을 밟았다.

법정관리 신청후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내려지면 만기어음에 대해 법적으로
지급을 해줄수 없으므로 사실상 부도상태가 된다.

즉 선후의 차이는 있지만 부도나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기업들이 이를 이용하는 이유는 부도보다는 이미지실추가
덜하기 때문이다.

채권금융기관및 기업들은 어차피 현재로선 돌아올 어음을 막을 힘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제3자인수라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한보로 인한 충격이 경제및 자금시장에 크다란 주름살을
주고 있어 부도로 인한 파장도 충분히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부도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당좌거래에서도 유리하다.

일단 부도가 나면 당좌가 막아진다.

때문에 법정관리 결정이 내려져 자금지원을 하려면 당좌를 다시 개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은행연합회 이사회 등을 통해 당좌 개설을 위한 특인도 받아야 한다.

특히 최근 한보사태에서 보듯 은행들은 부도전에 당좌거래가 있었더라도
부도후엔 당좌거래를 좀처럼 열어주지 않는다.

은행들은 채권단 대표자회의에서 한보철강에 대한 자금지원을 합의했음에도
당좌거래 개설에 미온적이다.

사업주의 입장에서 보면 재산보전처분 결정이 있고 나면 "법적으로 가해진
부도"가 되므로 부정수표 단속법에 걸려들지 않는다는 이점도 있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