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시장이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90년 파스퇴르가 독특한 이미지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남양분유와
매일분유, 양대 산맥의 30년 아성에 도전장을 던지데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의 애보트사가 "시밀락"이라는 브랜드로 국내시장에 상륙했다.

미국의 다른 업체와 일본 기업들로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유메이커들은 이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게다가 분유소비는 정체상태다.

정부의 유업통계에 따르면 국내 조제분유 소비량은 연간 2만6천t 정도로
90년대들어 거의 변화가 없었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인데다 모유수유율도
달라지지 않아 분유 소비는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는 정체되고 업체는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불문가지다.

광고전은 이미 시작됐다.

분유광고는 법으로 금지돼있다.

하지만 분유메이커들은 이유식를 통해 자사 분유를 선전하는 간접광고를
대폭 확대했다.

상호비방도 불사할 정도로 광고전은 뜨겁게 불이 붙었다.

각 사가 밝히고 있는 시장점유율도 천차만별이다.

남양은 자사와 매일, 파스퇴르가 대략 6:3:1정도로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매일유업은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고 최근들어서는 양사가 비슷한 가운데
자사가 다소 앞섰다고 반박한다.

시밀락 등 수입분유에 대해서도 국내 업체들은 기껏해야 5%안팎이며
앞으로도 그 이상을 장악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으나 외국 업체들은 1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시장규모

90년대들어 국내 분유시장은 금액기준으로 매년 10% 가까이 성장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지난해 시장규모는 약 2천억원.

올해는 2천2백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천억원 규모의 이유식을 합치면 3천억원대의 시장이다.

양적 소비가 늘지 않았는데도 금액으로 산출한 시장규모가 커진 것은 물론
분유가격이 올랐기 때문.

물가상승을 반영한 제품값 인상도 있었지만 고기능을 강조하는 고가품의
등장으로 분유제품의 평균가격이 크게 높아졌다.

<> 제품개발 추세

분유메이커들은 모유같은 고기능제품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분유소비량의 정체에 따른 판매 둔화를 고기능.고가품으로 커버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아기들이 먹는 것에 관한한 조금이라도 더 좋다면 값을 따지지
않는 부모들의 심리도 한몫을 하고 있다.

국산분유에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싼 첨가물들이 들어
있다.

머리를 좋게 한다는 DHA(뇌세포구성물질)는 기본이고 알파락트알부민이라는
생소한 물질이 첨가돼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양의 경우 "아기사랑1, 2"를 앞세워 대대적인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락츄로즈 등 갖가지 첨가물들을 넣어 소화흡수가 잘된다는 이 제품은
7백50g에 1만5백원정도다.

매일의 주력제품은 "매일맘마밀 D&A"다.

DHA와 모유에 함유된 두뇌활성물질 아라키돈산이 첨가된 제품이다.

영양은 물론 아기들의 두뇌개발에 좋다고 이 회사는 강조한다.

8백g 한캔에 9천5백원정도다.

파스퇴르는 이달 "뉴 로히트"라는 신제품을 내놓았다.

DHA는 물론 면역증강, 항균, 철분흡수물질을 대거 첨가한 분유로 가격은
8백50g에 1만7천5백원정도.

<> 분유선택 경로

아기를 막 낳은 산모들은 어느 분유가 좋고 나쁜지를 따질 겨를이 없다.

대부분이 병원에서 권유하는 분유를 먹이기 마련이다.

분유업계는 신생아의 80%이상이 병원에서 선택해준 분유를 먹고 크는
것으로 추정한다.

퇴원후에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먹던 것을 계속해서 먹이게
되고 이것이 이유식으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분유회사들의 가장 중요한 경쟁마당은 산부인과 병원이다.

산모의 학력수준이 높아지면서 출산전에 미리 분유를 선탁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파스퇴르의 경우처럼 산부인과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고도 시장의
10% 가까이를 차지한 사례도 있긴 하나 분유메이커들은 그래도 병원을 뚫는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