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해야 한다.
가까운 길이 있고 먼뎃길이 있다.
어디로 가든 처마끝에
등불 달린 주막은 하나지만
가는 사람에 따라서 길은
다른 경관을 보여준다.

보아라 길손이여,
길은 고달프고 골짜기보다 험하다.
눈 덮인 산정에는 안개 속에 벼랑이
어둠이 깔린 숲에서는
성깔 거친 짐승들이 울고 있다.
길은 어느 곳이나 위험 천만
집 잃은 그대여 어디로 가려 하느냐?

그럼에도 나는 권한다.
두 다리에 힘 주고 걸어가라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찾아가라고
길은 두려움 모르는 자를 두려워한다고
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거라고.

..한데, 어디에 있지?

지도에도 없는 꽃밭
무릉.

시집 "유사를 바라보며"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