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장규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사장)
코끼리 비스켓만한 시장을 놓고 걸음마 단계인 해외영업점들이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푸념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설치한 현지법인이나 지점 사무소는 모두 94개.
이 가운데 절반이상은 뉴욕과 도쿄(각각 16개), 런던(18개), 홍콩(22개) 등
선진국에 몰려 있다.
돈벌 가능성이 높은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는 거의 찾아볼수 없다.
새로운 시장개척에 따른 까다로운 절차와 높은 위험이 이유라면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끼리 제살 깎아먹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업무가 한국주식에 투자를 원하는 현지인을 상대로 하는 한국주식 중개업무
와 한국물을 판매하는 것에 그쳐 과당경쟁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그대로 수익구조 취약성으로 연결된다.
한국 증시의 부침에 따라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실상이 금새 들어난다.
홍콩을 보자.
이곳에 진출해 있는 해외거점은 모두 22개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로 현지인의 주문을 받고 있는 곳은 4~5곳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현지 조사업무를 담당하는 본사의 "안테나" 역할에 그치고 있다.
(김종안 LG증권 홍콩현지법인 사장)
선진시장을 파고들어야 할 현지거점들이 국내인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지인을 상대로 한 영업에 딴전을 피우다 보니 현지인 채용은 최소화하고
국내 파견으로 충원한다.
현지인을 채용하더라도 등급이 한참 떨어지는 사람을 고용, 사고 위험성만
높인다.
이런 문제점들은 해외영업점의 성적표인 손익계산서를 들여다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고 종자돈을 까먹은 곳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지난해 3월 결산결과 대우증권 뉴욕현지법인, 쌍용증권 도쿄지점, 대신증권
런던던지점, LG증권 뉴욕현지법인, 현대증권 런던현지법인 등 상당수가 자본
잠식상태에 빠져 있다.
결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섰지만 철저한 사전조사와 준비없이 유행처럼 특정지역에만 진출했다.
해외진출 열풍이 예고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유행"이 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은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에 들어갈 단계여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게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선진증권사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냉엄한 현실에서 나이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 김남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