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큰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구촌에 드리워졌던 "고유가"의 망령이 일단 물러갔다.

지난달 중순부터 하락세로 반전된 유가는 최근들어 낙폭이 더욱 커지면서
7개월여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산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24일 뉴욕시장에서 배럴당 20.71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도 이날 런던에서 배럴당 19.12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입주종품인 두바이유는 이날 배럴당 1.46달러나 폭락한
17.27달러로 마감됐다.

이들 유가는 연초가격에 비해 배럴당 5달러정도 떨어졌다.

유가급락의 주원인은 동절기특수시즌이 사실상 막내린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최근 북반구에선 따뜻한 날씨가 지속됐으며 다음달 초순까지 북미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5 C정도 높을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

이에 따라 석유수요는 감퇴했고 미국의 원유재고는 증가추세로 반전됐다.

미 원유재고는 최근 3억4백88만배럴을 기록,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산유국의 원유공급 증대도 유가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 2천6백55만배럴로 전월대비
39만배럴 증가했다.

회원국들이 쿼터를 무시하고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이다.

공급증가세에는 작년말 석유시장에 뛰어든 이라크의 역할도 크다.

이라크는 1월중 하루 52만배럴을 수출했고 앞으로 하루 60만~70만배럴로
수출물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비OPEC산유국들도 올들어 증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해유전 산유국들이 증산대열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존H.라히트브로 석유산업조사재단(PIRF) 이사장은 "올 세계
석유수요증가율은 2.1%에 이를 것이나 공급증가율은 이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물량 증대로 유가는 3월말까지 약세를 지속할 공산이 크다.

세계에너지연구센터(CGES)는 아시아지역 정유업체들이 정기보수를 앞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유가가 약보합세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가가 "급등락"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급등" 가능성은 돌발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라크내부의 권력투쟁과 쿠르드족의 갈등재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급락" 가능성은 이라크의 수출량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기된다.

이라크는 오는 6월 유엔과의 수출물량 재협상에서 물량증대를 요구할 것이
확실하다.

이라크는 언제라도 하루 2백만배럴 산유체제로 돌입할 수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때 유가는 조만간 안정세로 진입할 공산이 크다.

전년동기대비 배럴당 1~2달러정도 높은 현재의 유가가 지난해 같은기간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