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조흥 외환은행의 후임행장 구도가 달라졌다.

은행감독원이 25일 발표한 한보관련 임직원에 대한 징계결과 상당수 전무와
감사 상무 등이 "은행장 결격사유(문책경고)"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론 현직 임원중 아무래도 은행장 자리에 가장 가까운 이세선
제일은행 전무 장철훈 조흥은행 전무 박준환 조성진 외환은행 전무 등이
주의적경고와 주의촉구를 받는데 그쳐 새로운 은행장 후보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외부인사 영입여론은 위축되는게 불가피해졌으며
은행장을 둘러싼 내부인사와 외부인사의 경합은 더욱 치열하게 됐다.

그러나 사회경제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한보사태에 대한 징계를 가볍게
함으로써 한보관련 임원들끼리 은행장 경합을 벌이게 되는 "아이러니"가
빚어질 공산이 커져 고객이나 주주들로부터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이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은 은행감독원에 있는건 물론이다.

한편 장만화 서울은행 전무는 이번에 주의촉구를 받는데 그쳐 은행장 자리를
더욱 굳히게 됐다.

<> 제일은행

=지금까지는 외부인사 영입론이 지배적이었다.

한은 전현직 임원과 재경원의 전현직 고위관료 이름이 거론돼 왔다.

또 전직 제일은행 임원들의 이름도 자천타천으로 나왔다.

이런 의견이 나왔던데는 사안의 성격상 제일은행의 대부분 임원들이
승진이나 연임이 불가능한 "문책경고"를 받을 것이란 예상에 근거했다.

그러나 은감원의 징계결과 이세선 전무 홍태완 감사 박용이 수석상무 등은
주의적경고를 받는데 그쳐 일단 은행장 후보자격을 획득하게 됐다.

바꿔말하면 이들 임원이 행장이 되기위해 "욕심"을 부릴 경우 내부인사
승진과 외부인사 영입의 한판싸움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외부인사, 구체적으론 한은출신이 제일은행장에 입성
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 경영이 어려운데다 제일은행에 대한 문책정도가 유독 강했던 것에서
알수 있듯이 한은의 제일은행장 자리에 대한 "미련"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 조흥은행

=내부인사의 승진이 유력하리란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구체적으론 한보대출 라인에서 약간 비껴 서있던 위성복 유병인 상무의
대결로 압축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은감원 징계결과 사정이 달라졌다.

장철훈 전무 채병윤 감사 허종욱 수석상무(이상 주의적경고) 등이 모두
살아 있다.

결국엔 비상임이사들이 이들의 징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은행장
후보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 외환은행

=오는 6월 임기만료인 장명선 행장이 퇴임시기를 언제 잡을지가 약간
변수다.

그러나 후임행장엔 전무의 내부승진 분위기로 돌변하고 있다.

박준환 수석전무는 주의촉구를 받는데 그쳤고 조성진 차석전무는 주의적경고
를 받았다.

차기행장은 두 전무의 대결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현재로선 박전무가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조전무가 다음달 7일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수 있다.

그러나 두 전무 모두 한보사태로 징계를 받아 외부인사 영입가능성을 배제
할수 없다.

장행장은 여전히 6월 퇴임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은행

=장만화 전무의 행장승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장전무는 이번에 징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주의촉구"를 받는데 그쳤다.

따라서 장전무는 비상임이사회와 은감원 승인 주총이라는 형식절차만 남겨
놓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산업은행

=문책경고를 받은 김시형 총재와 손수일 부총재보는 연임이 불가능하게
됐고 주의적 경고를 받은 김완정 부총재와 최명곤 감사는 "오점"을 남겨
사실상 연임이 어려워졌다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올해 11월 임기만료되는 손부총재보 자리에는 김재실 경영지원부장 이경득
자금부장 김선진 종합기획부장 이강명 인사부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