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설에 휘말려왔던 세진컴퓨터랜드가 대우통신의 수중으로 들어가자
직접경영에 들어간 대우통신은 물론 세진에 물품을 납품해오던 부품업체,
경쟁관계이던 유통업체들이 제각기 이해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이들은 국내 3위의 PC판매실적을 보유한 업체가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된것을 우선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세진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만큼 세진의 행보에 따라
자신들의 입지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의 세진직영에 따른 관련업체별 득실을 저울질해 본다.

<>대우통신=대우통신은 무엇보다 2천억원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만 구축이
가능한 전국 76개의 대형유통점을 확보하는 이점을 얻게 됐다.

대우가 세진을 직간접으로 지원한 자금은 1천억원정도.

결과적으로 대우는 1천억원으로 2천억원의 투자효과를 거두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투자효과는 한상수전사장의 경영수완과 대우 경영스타일간의
차이, 여타 PC업체 견제등의 여건을 감안하면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세진컴퓨터랜드의 경영상태가 얼마나 곪았는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수
있다.

세진은 지난해 5천7백49억원의 매출에 1백억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을 전액 잠식하고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앉은 셈이다.

일부에서는 한전사장의 방만한 경영으로 자금누수현상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가 지난해 5월 지분참여와 함께 재경담당임원등을 파견, CPU(중앙처리
장치) D램등 고가부품의 경우 "1일결산"을 할 정도로 철저한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큰 누수현상은 없을 듯하다.

대우로서는 현시점에서 세진의 직접경영은 분명히 "남는 장사"다.

그러나 사업영역확장을 위해 중소기업을 흡수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주도
면밀하게 구성해 왔다는 비난의 눈총을 두려워하고 있다.

<>중소부품업체=세진에 부품이나 소프트웨어제품을 납품해 오던 가산전자
두인전자 한글과컴퓨터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진부도설이 나돌면서
가슴을 졸여 왔다.

때문에 대우의 직접경영으로 납품대금을 못받게되는 사태는 면하게돼 일단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세진의 조립라인을 모두 철폐하고 한전사장이 세진컴퓨터 안산공장
(월 5만대규모)에서 생산을 전담키로 함에 따라 부품업체들은 납품처를
이원화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게 됐다.

생산용 부품은 세진컴퓨터에, 단품용은 세진컴퓨터랜드에 각각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품업체들로서는 대우가 세진을 직영할 경우 매출이 종전만큼은 못될
것이라는 점에서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유통업체=한국IPC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한국소프트정보통신등의
연쇄부도로 PC유통시장의 곪았던 부분에 대한 대수술이 이뤄진데 이어
세진이 대우의 손에 넘어가 안정적인 경영여건을 확보함에 따라 무엇보다
유통구조가 건전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상가는 저가형 PC의 공급과잉으로 채산성악화에 시달려
왔으나 세진의 안정으로 출혈경쟁심리가 그만큼 누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 김수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