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전경련회장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 다시 ''임금 동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재계의 올 임금인상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경제여건 등으로 미루어
최근 제기되고 있는 임금 동결론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임을 감안,
그 실현가능성과 여론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 근로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임금동결이 과연 가능할까.

재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실제야 어떻든 임금동결
"분위기"는 상당히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임금동결론이 처음 제기된 작년 하반기에 비해 경제사정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환경변화가 동결론을 부추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작년말 이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액이 3조원에
달하고 1월 한달에만 34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며 이같은 "최악"의
여건 때문에 동결론은 별 수 없는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각 기업들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임원감축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경영자들이 고용안정을 약속하면서 근로자들을 설득할 경우
임금인상폭이 최소화되는 "타협안"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지난해 정부가 2급이상 공무원에 대한 임금동결을 선언한 이후
코오롱 국제생명 국민투신 한일투신 한국은행 한국투신 대한투신 포철
포스코개발 등 기업들이 임원이나 전 종업원의 임금동결을 발표한데 이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동결 수준에서 임금협상에 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정부의 의지도 강해 이같은 분위기는 "동결 운동"으로까지
확산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미 2급이상 공무원 임금동결을 선언해놓은 정부가 "경쟁력10%이상
높이기 운동"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개별기업의 임원 및 간부급의
임금 동결은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고 그 경우 근로자들도 "형평의
차원"에서 동결론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금동결론은 자칫 사용자들의 "자가 발전"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노총이 지난달 인상률은 무려 18.4%.그 가운데 7.2%는 새노동법이
적용된다면 근로자들이 입게될 임금손실분이라고 주장하며 넣은 수치다.

이런 판국에 임금동결이 먹혀들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양병무부원장은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86년부터
2년간 임금을 동결해 추락한 경쟁력을 살린 경험이 있다"며 "노동계도
고도성장기에 분배요구를 강하게 했던 만큼 침체기에는 고통도 같이
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물가를 일정 수준에서 잡아줄 경우 이같은 임금동결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