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의 영국 빅뱅(BIG BANG 대충격)은 거래 수수료를 자율화하고
증권거래소를 대외개방함으로써 증권업계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증권시장의 효율성을 높여 런던을 유럽금융의 중심지로 키우려는
시도였다.

우리의 증권 빅뱅은 증권산업의 체질개선 외에 기업 지배권시장의 활성화도
추구하고있다.

4월부터는 누구든지 신고만 하면 상장자 주식을 제한없이 살수 있다.

경영권 보호를 위해 허가없이 10%이상을 취득할수 없도록 한 대량소유제한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상장사의 경영권이 변동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 대신 경영권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식 매입과정을 투명하도록 만들었다.

친인척명의로 은밀히 주식을 매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관계자의
범위를 현재 배우자 직계존비속에서 부계 6촌, 모계 3촌까지로 크게 늘렸다.

법인의 경우에도 35%이상 출자관계에서 사실상 계열관계에 있는 회사로
확대했다.

또 공동 보유자 개념을 도입, 특수관계자가 아니라도 같은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경우에는 합산해서 계산토록했다.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이 그만큼 투명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새로운 규정은 소액주주 이익도 배려했다.

거래소 시장 밖에서 6개월간 10인이상으로부터 주식을 매입할 경우에는
공개매수토록 한다.

또 보유지분을 포함해서 25%이상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에는 50%+1주에서
미달하는 부분을 최근 1년간 최고매수가격으로 공개매수청약해야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대주주에게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발표된 거래법 시행령은 강제공개매수제도에 많은 예외를
두어 원래의 취지가 다소 퇴색된 아쉬움을 남겼다.

개정 시행령은 기존 대주주가 거래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 일정 수량을
매수할수 있도록 주총에서 하가(특별결의)를 얻으면 공개매수청약을 하지
않도록 했다.

또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권리행사등으로 주식을 취득할
때도 공개매수청약의무를 면제해 주었다.

기업을 인수하려는 측에 비해 방어하려는 측이 그만큼 유리해졌다고 할수
있다.

특히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에 대해 강제공개매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강제
공개매수제도의 커다란 허점이라고 할수 있다.

전환사채를 대량으로 발행해서 경영권을 이전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세우포리머의 경영권이 보성어패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