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렉스 등 신제철공법이 한보부도 사태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박태준 전포철회장은 최근 "한보가 도입한 코렉스 공법은 아직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소량생산에 맞지 대량생산 체제에는 적합치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인으로 선정된 손근석 포스코개발회장은 "코렉스
공법의 수익성 문제는 객관적 자료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서
섣부른 예단은 곤란하다"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과연 코렉스공법은 어떤 것이고 기존의 고로나 전기로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박 전회장의 지적처럼 아직 상용화되기는 시기상조인 시험용 설비에 불과
한가, 아니면 일부의 칭송처럼 "꿈의 제철공법"인가.

코렉스설비는 지난 95년 11월 포철이 연산 60만t 규모의 코렉스로를
지으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 공법은 제철공법중 가장 최신 기술로 오스트리아 배스트 알핀사가
개발했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이스크사가 연산 30만t 규모의 코렉스로를 가장
먼저 건설해 실험용으로 가동중이다.

포철 설비는 세계 두번째다.

물론 이들 설비는 아직 상용화에 성공을 못하고 있다.

포철 코렉스로는 가동 초기 연료배합상의 문제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야 "가동율이 95%이상 높아졌으며 올해중 70만t까지 생산량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김만제 포철회장)으로 예상된다.

코렉스공법은 원료인 유연탄과 철광석을 각각 코크스공장과 소결공장에서
한번 가공해야 하는 고로방식을 개량한 것.

즉 코렉스공법에선 유연탄과 철광석을 바로 용광로 안에 넣는다.

원료가공이란 공정이 생략된다.

그만큼 투자비가 고로에 비해 적게 든다.

또 코크스공정을 생략해 이산화탄소 등 공해유발도 적다.

바로 이런 점들이 코렉스공법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코렉스 공법은 아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제성 여부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이 많다.

아직 조업기술이 안정되지 않아 고로처럼 대규모 설비를 갖출 수 없다는
문제점도 마찬가지다.

박 전포철회장이 코렉스공법의 수익성 문제를 걸고 넘어진 것도 대형화가
어려워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

포철도 이 점만은 인정한다.

포철은 코렉스 공법을 채택한 이유로 "21세기를 대비한 기술축적"을 들고
있다.

당장 대량생산을 위한 설비는 아니란 설명이다.

한데 한보는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이 공법을 상업생산에 활용하려 했다.

철강업계에선 "일종의 모험"으로 받아 들였다.

이같이 "용감한 투자"가 한보의 몰락을 재촉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보가 채택하고 있는 또 다른 신제철공법은 미니밀 방식.

미니밀은 고철을 용광로에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를 개선한 방식이다.

기존의 전기로에선 형강 철근등 저급 제품을 뽑아내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미니밀에선 두께 40~1백20mm의 박슬라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더 압연해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그동안 열연강판은 고로방식에서만 만들 수 있었다.

그런 만큼 미니밀방식은 열연강판을 만드는 전기로로 각광을 받을 만하다.

전기로의 생산영역을 판재류까지 넓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의 전기로업체인 뉴코사가 최초로 사용한 이 방식은 또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용광로의 불을 끌 수 없는 고로방식과는 달리 수시로 전기로를 껐다 켤수
있어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니밀방식은 원료로 철광석이 아닌 고철을 쓴다는 점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열연강판은 만들 수 있지만 제품의 질이 고로에서 나온 열연강판보다
떨어진다. 한보철강이 생산한 열연강판이 표면에 균열이 생기는 등 하자가
많아 고급제품인 냉연강판 원료로는 못쓴 것도 바로 이 때문"(철강업계
관계자)이란 설명이다.

연산 2백만t의 미니밀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한보는 최근까지도 수요
업체들로부터 품질에 대한 클레임을 받아 왔다.

따라서 철강전문가들은 역시 자동차 외판등 고급 냉연강판을 만드는데는
고로방식 외에 아직 대안이 없다고 지적한다.

물론 미니밀이나 코렉스공법의 조업기술이 좀더 진전되면 고로방식 정도의
제품 질을 따라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단계라는 건 분명하다.

코렉스나 미니밀등 신공법에 대한 평가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문제란 얘기다.

<손상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