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가 될 때마다
올 해는 말을 더욱
조심하리라 다짐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말
아니 할 수 없고
말 하자니 재난이 빤히
내다 보이는 일들이 많다

말조심은 빛나는 인격과
나란히 가면 좋으련만
대개는 침묵과 나란히 가며
침묵은 때로 사람을
비겁하게 만든다

나는 남달리 심지가
곧지도 못하면서
오나가나 말때문에
화를 자초하니
내 입술은 내
친구인가, 적인가

시집 "좋은 시절"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