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한국전쟁 정전 71주년과 베트남전 파병 6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네버포가튼 2024'가 용산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이번 콘서트는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현재의 평화를 되새기며, 미래를 향한 희망을 나눈다는 취지로 열리는 행사다. 서울특별시 후원으로 지휘자 서훈이 이끄는 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하며 국내외 4개국 작곡가들이 국제적 화합과 평화의 의미를 담은 창작곡을 공개한다. 한국의 강유(뮤지컬 '1979: 부마, 그 촛불의 시작')와 미국의 맥클레인 디머(NCSOFT '길드워 2'), 호주의 캐서린 조이(영화 '미나리' 오케스트레이터), 캐나다의 데이빗 페더맨(게임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 오케스트레이터) 등이 참여한다. 영화 '실미도'와 '쉰들러 리스트'의 OST 연주가 주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며, 2004년 국내에서 두 번째 1000만 관객 동원으로 한국 전쟁영화의 새 지평을 연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화음악가 이동준이 특별 참석한다. 또 가수 변진섭이 무대에 올라 '희망사항', '새들처럼',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등 자신의 대표곡들을 오케스트라와 밴드 협연으로 재해석한 특별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네버포가튼(Never Forgotten)'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불리는 한국전쟁을 잊지 말자는 약속에서 시작된 비영리 콘서트 및 캠페인 사업으로, 작곡가인 마이클 최(본명 최원영)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는 보훈과 애국 문화를 대중에게 친근하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 2023년 크라운드 펀딩으로 시작하여 콘서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김정인 한경아르떼TV PD jungin6654@hankyung
‘한국 문학의 오랜 빈칸을 채워줄, 바로 이 소설을 기다려왔다.’ 전춘화의 소설집 <야버즈>를 덮으며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2018년에 나는 출판학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2016년 한강 소설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뒤로 한국 작품들이 적극적으로 소개되던 시기였고, 그해 가을에는 정유정 소설가의 북토크가 시내 서점 포일즈(Foyles)에서 열리기도 했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작품이, 특히나 여성과 퀴어, 이주민, 난민, 장애 등을 키워드로 한 소설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출판 잡지 <북셀러 (Bookseller)>에서도 ‘다양성 (diversity)’을 주제로 특집을 준비해 문학에 존재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주기도 했다.당시 한국도 페미니즘 리부트와 함께 여성 서사와 퀴어 서사의 아름다움과 문학적 사회적 가치가 재발견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문학에서 ‘다양성’의 복원은 단지 기존과의 다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권력적으로 지워져온 이야기, 보이지 않던 목소리를 다시 되찾는 과정임을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때 편집자로서 앞으로 찾고 싶은 이야기라 생각했던 것이 바로 한국 이주민 소설이다.2023년 기준 15세 이상의 한국 거주 외국인은 143만 명이다. 이제는 거리에서든 식당에서든 일터에서든 다양한 인종의 사람과 마주칠 수 있고, 그들의 자녀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술 연구, 노동,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정착하게 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시점이다.특히 연변 지역에 다수 거주해온 조선족 동포들의 한국어 문학의 역사는 짧지 않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에 묶인 <두만강 여울 소리>를 비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 중인 양주연 감독의 <양양>은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포함 무려 5개의 영화제에서 이미 초청받았던 작품이다. <양양>은 감독 양주연 본인의 고모, ‘양지영’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여기서 영화의 제목인 ‘양양’은 도시의 지명이 아닌 양씨 성을 가진 여성을 의미한다.영화는 술 취한 아버지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다. 아버지에겐 누나가 있었으며 대학교 때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고모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던 주연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주연은 고모가 어떤 사람이었고 왜 자살했는지 이것저것 질문하지만, 아버지는 이야기를 피하고만 싶어 한다. 결국 주연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의 감을 살려) 차근차근 조사에 착수하면서 가족의 앨범을 뒤져 고모의 사진과 흔적을 찾아내고, 고모의 옛 친구들을 방문하기 시작한다.역시 40년여년이 지난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연은 작은 단서를 하나씩 모아 고모의 현생을 조립해 간다. 그녀는 인재였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서울에 있는 대학 대신 조선대학교를 다녔고, 학교에서는 문학 동아리에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했으며, 20대 여자아이가 그랬듯 연애도 했다. 주연은 그녀의 사망 사건 기록을 뒤지는 과정에서 그녀가 당시 남자친구의 집에서 음독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양양>은 지극히 평범하고 화목해 보이는 한 가족의 풍경으로 시작해서 아버지가 품고 있던 엄청난 비밀과 비극, 그리고 그 비극의 한 가운데 있던 고모의 존재를 재발견하는 결말을 낸다. 차분하고도 치밀하게 고모의 흔적을 찾는 주연의 모습은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