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부룩(영국)=정종태 기자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런던 소도시 밀부룩에 위치한 GM 성능
시험장.

대우자동차의 준중형 신차 누비라가 보도진에게 첫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신차발표회에 앞서 해외에서 차를 먼저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

누비라는 대우가 추구해온 "기술 세계화"의 첫 작품인 만큼 개발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먼저 신차발표회를 가졌다는게 대우측 설명이다.

누비라의 첫 인상은 무엇보다 준중형차이면서도 중형차의 중후함을 느낄수
있다는 것.

이탈리아 이데아가 연출한 디자인은 다소 보수적이지만 대우가 지난해
내놓은 라노스에 비해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안정감을 준다.

특히 심플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디자인은 과감한 곡선을 활용해 싫증을
느끼게 했던 기존 준중형승용차의 디자인과는 완전히 차별화돼 있다.

실내공간도 괜찮다.

우선 잘 정돈돼 있는 계기판과 조작스위치들이 대우의 변신을 단적으로
느끼게 한다.

고속도로의 통행권을 보관할수 있는 카드꽂이까지 만들어 놓았을 정도다.

실내 크기는 기존 준중형급보다 월등히 크다.

기존 경쟁차종에 비해 50~1백mm씩 커졌다.

대우가 "패밀리 세단"이라고 자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후드를 열어보면 대우의 변신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복잡한 에스페로의 엔진룸과는 완전 딴판이다.

국내 승용차 가운데 가장 정리가 잘돼 있는듯 하다.

트렁크 역시 "두사람을 더 태울수 있다"는 대우 관계자의 얘기가 허풍이
아닐 정도로 여유있다.

넓고 정리만 잘돼 있는 것은 아니다.

성능부문에서도 에스페로와는 비교가 안된다.

기자가 몰아본 1천8백cc급 E-테크엔진 차량은 프린스에서도 감지할수 없던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엔진소리도 경쾌하다.

특히 중고속에서의 가속성은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서스펜션은 약간 딱딱하게 조정돼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아직 이런 스타일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유럽의 도로에 맞춰 서스펜션을 채택했다는 개발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자동변속기는 약간 불만이다.

기어변속 순간이 부드럽지가 않다.

국내 자동차업계 전체적으로 이 부분이 약하지만 누비라 역시 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누비라에서는 과거 에스페로에서 느꼈던 대우의 이미지
를 전혀 발견할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함께 시승회에 참가한 동료 기자들도 "대우가 이제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술 세계화"를 모토로 영국 워딩에서 개발된 누비라는 대우 군산 공장에서
연산 30만대 규모의 생산에 들어가 이달 18일 국내에서 신차발표회를 갖고
본격 시판에 들어간다.

라노스에 이은 "신차 2탄" 누비라가 어느 정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낼지
주목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