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계 14위의 한보그룹이 연결재무제표조차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연결재무제표제도상의 헛점을 드러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31일 증권당국은 22개 한보그룹 계열사중 지난 95년말 현재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회사는 그해 6월 인수한 유원건설(현재 한보건설) 하나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22개 계열사간의 내부거래를 파악할수 없어 검찰이 비자금 조성
증거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보그룹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은 50%이상 출자하고 있거나
30%이상 출자하면서 최대주주인 회사가 있는 경우에만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토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회장에 의해 직접 출자되고 있는 한보그룹계열사들은 연결재무
제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증권감독원 관계자는 "대주주에 의해 지배되는 회사들끼리도 연결제무제표를
작성토록 하기 위해 지난해 기업집단재무제표제도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경제난을 감안해 보류됐다"면서 한보가 제도상의 헛점을 빠져 나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지원받은 한보철강은 (주)한보
한보에너지 한보상사등과 많은 거래를 하고있어 이들 계열사를 통한 자금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보철강의 지난 95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보철강은 이들 회사와
수천억원대의 판매, 원료 매입 공사발주 자금대여등의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태수회장이 1백% 출자하고 있는 (주)한보와는 제품일부판매와 제철소
공사를 맡기고 있는데 이 금액이 각각 3천2백7억원, 9천5백98억원에 달했다.

한보의 감사인은 한보의 매출액중 80%가 한보철강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주석으로 기재,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한보그룹 관계자는 한보상사는 지난 91년 수서사건이후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보철강과의 거래사실에 대해 오히려 의아해
했다.

정총회장은 현재 22개 계열사중 지난 95년 인수한 한보건설(유원건설)의
출자회사인 대성목재 대석실업등 2개사를 제외하고 모두 최대주주로 참여
하고 있다.

자본금이 1천5백억원인 한보와 1천3백억원인 한보에너지는 설립이래
20여년간 1백%지분을 고집해 오고 있으며 상아종합판매, 동아시아가스,
한보선물 한맥유니온 한보기업등 93년이후 설립된 17개사도 모두 직접
출자했다.

95년 주당 1원(총 3백20만원)에 인수한 한보건설(당시 유원건설)지분 30.5%
도 자신명의로 해 놓았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