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득희씨(26)는 실연자들의 대모로 통한다.

그녀가 지난해 7월 하이텔에 "실연클럽"(go SG780)을 개설하고 사랑의
시련을 겪는 연인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대모역할을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소모임으로 운영되는 실연클럽은 개설되자마자 가상공간에서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켰다.

문을 연지 1주일만에 1백5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지금은 5백여명으로 늘어났다.

실연클럽의 문을 열면 "고독은 두꺼운 외투다.

그러나 마음은 그 밑에서 얼고 있다"라는 글귀가 방문객을 맞는다.

한발짝 안으로 발을 내디디면 사랑에 실패한 가슴아픈 이야기와 이별의
시 등 애절한 사연들을 게시판에서 접할 수 있다.

그녀는 "실연을 당한 것이 죄지은 것도 아닌데 쉬쉬할 것 있나요.

동병상련의 사람들끼리 만나다보면 차가운 통신망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란 말로 실연클럽의 개설 취지를 대신했다.

"실연에는 이중의 뜻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실연이 한가지이고 다른 하나는 열매를 맺는다는
실연의 의미입니다.

저희 모임에서는 후자쪽의 의미에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실연클럽이라는 열린공간은 사랑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일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이루는데 더 큰 목표가 있다는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녀는 실연클럽 개설 6개월만에 벌써 커플로 맺어진 쌍이 있다고
들려준다.

또 현재 물밑작업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쌍들도 다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연클럽 회원들은 한달에 한번씩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신촌이나 홍대
입구 등의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오프라인 모임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회원간 선물교환 등 다양한 이벤트가 함께 열린다.

그녀는 그러나 실연클럽이 짝짓기를 위해 "사랑의 작대기"를 겨누는 그런
모임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실연클럽의 회원 자격은 20세 이상으로 철저히 제한된다.

이에따라 그녀는 고등학생들로부터 종종 "고등학생은 실연도 못하나요"라는
애교섞인 항의도 받는다.

다음달 실연클럽의 시솝자리를 내주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그녀는 PC통신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경험을 살려 온라인 문학활동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 실연클럽의 애절한 사연들을 책으로도 엮어낸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 글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