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업계의 최강자를 가리자"

국내 소프트웨어(SW)업계의 강자를 꼽는다면 한글과컴퓨터(대표 이찬진)가
단연 으뜸으로 거론된다.

한컴은 우리나라 SW산업의 가능성을 확인시키며 급성장, 한국 SW업계를
대표하고있다.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는 한컴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또다른 SW강자.

핸디는 한컴에 비해 매출 규모는 한발 뒤져있지만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양사 매출규모를 보면 아직은 한컴이 한발 앞서가고있다.

한컴의 매출액이 2백20억원인데 비해 핸디는 1백83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매출증가율 면에서는 한컴이 18%에 머물렀지만 핸디는 무려
3백%를 기록, 핸디가정상의 자리를 넘보는 양상이다.

이들 두회사는 엄밀히 따지면 경쟁자로 보기가 힘들다.

취급하는 제품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컴은 "한글프로96"등 워드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고있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에 출시돼 크게 히트한 "한글오피스96"으로 사업영역을
넓였다.

두 제품은 한컴 전체 매출액에서 약70%를 차지하고있다.

이에비해 핸디는 그룹웨어인 "핸디오피스"가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상품.

작년 핸디의 매출액이 급증한 것도 정부기관및 기업들 사이에서 일어난
그룹웨어 도입 붐에 힘입었다.

양사관계자들은 주력 상품이 이처럼 차이나는 점을 들어 "한컴과 핸디는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라고 말한다.

특히 핸디측은 "한컴이 발전해야 우리나라 전체 SW시장이 큰다"며 한컴을
한껏 치켜세우고있다.

그러나 양사간 협력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두 회사가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이다.

대표적인 시장이 그룹웨어 쪽이다.

지난해 이시장에 진출한 한컴은 그룹웨어시장을 주요 공략타깃으로
삼았다.

"SW업계 최강" 한컴이 핸디의 본거지인 그룹웨어시장에서도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도이다.

핸디는 이에 대응,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룹웨어시장을 지키는 한편
작년 일본에 수출했던 CALS(생산조달운영정보시스템)개념의 "핸디솔루션"을
국내시장에 공급, 기업용SW 시장개척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시스템통합(SI)분야도 두 회사의 전장터.

양사는 모두 올해 SI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정했다.

한컴과 핸디는 중.소규모의 SI사업에서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컴의 이사장과 핸디의 안사장은 SW업계의 양대 학맥인 서울대와
KAIST(과학기술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간 경쟁을 "서울대파"와 "KAIST파"의 경쟁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사령탑의 경영스타일도 대조적이다.

이사장은 부서장에게 권한을 이양,회사경영을 자율체제로 이끌어가는
스타일.

그는 기술발전 방향,회사 비전제시등 큰줄기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부서장들의 창의력을 활용한다.

이에비해 안사장은 과감한 추진력으로 밀어부치는 형이다.

다소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베팅에 나서는 과감성이 돋보인다.

두 회사는 서로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선의의 경쟁"을 시작했다.

이들의 경쟁은 한국SW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 끝 >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