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흥길씨(55)가 장편소설 "빛 가운데로 걸어가면" (전 2권
현대문학사 간)을 내놓았다.

"완장"의 속편격인 이 소설에서 작가는 시한부 종말론으로 떠들썩했던
우리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걸쭉한 입담으로 묘사하고 있다.

주인공 임종술과 김부월은 아무리 똑똑한척 해봤자 제 꾀에 제가
넘어가 번번이 손해만 보는 인물.

몸집이 크고 힘은 좋지만 머리가 모자라는 "바보형" 캐릭터의 전형이다.

소설속에는 이들이 각박한 오늘날의 세태와 부딪쳐 불화를 낳는
과정이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다.

야반도주한 종술과 부월은 고단한 삶에 지쳐 한강변에서 투신자살하려다
박장로를 만나 새로운 인생에 눈뜬다.

그의 인도로 종술은 빌딩관리인이 되고 부월은 교회에서 간증을 행한다.

그러나 10년만에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오다 부월이 터미널에서 시한부
종말론 "휴거"를 앞세운 최전도사 일행을 만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종말론에 깊숙이 빠진 부월은 매일같이 터미널로 나가 자신의 유별난
이력을 과장해서 간증하던중 하목사에게 스카우트된다.

이단의 무리에 현혹되지 말라는 박장로의 간곡한 설득을 외면한채
그녀는 종술을 부추겨 하목사의 신앙공동체인 들림교단으로 들어간다.

휴거일인 10월28일이 임박하자 이들은 신도들의 재산을 빼돌린 하목사를
협박, 그중 일부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운명의 날, 자정이 지나도록 휴거가 이뤄지지 않자 극도의 혼란이
일어나고 종술과 부월은 피해자들에게 뭇매를 맞아 의식을 잃는다.

경찰에 의해 가까스로 구출된 이들은 알거지로 다시 한강변에 선다.

서로 먼저 투신하라고 다투는데 등뒤로 박장로가 나타난다.

뻗치는 부앗살을 주체하지 못하고 날뛰는 종술.

그러나 부월은 달랐다.

"와이고, 장로님! 우리 장로님이 퇴정비결에 나오는 바로 그
귀인이신지를 이년은 첫눈에 대박에 알어봤지라우!"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