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든글로브상 수상작 3편이 잇따라 선보인다.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 여우주연상 주제가상을 휩쓴
"에비타"와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제리 맥과이어"가 2월1~7일 전국에서
개봉되고, 극영화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샤인"이 이달 26일 호암아트홀
씨티극장 등에서 상영된다.

이들 3편은 골든글로브상의 여세를 몰아 올해 아카데미상까지 노리는
수작이어서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돈나 주연 뮤지컬영화 "에비타" (알란 파커 감독)는 무대예술과
영상예술의 백미를 합친 종합예술.

52년 극장에서 흑백영화를 보던 관객들이 에바의 서거소식을 접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곧이어 어릴 적 에바의 아버지 장례식과 현재 그녀의 장례식이 교차된다.

유리관 속에 영원히 잠든 에바.

그 위로 삼류 나이트클럽 댄서에서 퍼스트레이디까지 일세를 풍미했던
한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이 물무늬진다.

스타의 꿈을 안고 도시로 간 에바는 모델과 성우를 거쳐 영화배우로
변신, 인기정치인으로 떠오른 페론대령과 정열적인 사랑을 나눈다.

군부의 견제로 페론이 구속되자 그녀는 시위군중앞에서 감동적인 대중
연설을 펼친다.

"나 역시 당신같은 서민, 가난하고 배고팠네. 날 구하듯 이 나라를
구할 이..."

풀려난 페론이 대통령에 추대되자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기금을 모으고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하면서 성녀로 추앙받다가 33세에
암으로 요절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조문행렬이 길게 늘어선 초기화면과 맛물리며
"불멸의 신화"를 되새기듯 수미상관구조로 완결된다.

자칫 감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내용에 균형감각과 객관성을 제공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톰 크루즈가 열연한 "제리 맥과이어" (카메론 크로우 감독)는 스포츠선수
매니저의 사랑과 야망을 담은 로맨틱 무비.

스포츠 비즈니스의 귀재인 제리는 인간중심의 선수관리프로그램을
제안했다가 해고된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그는 내친김에 독립하려 하지만 아무도
"모험"에 동조하지 않는다.

다만 한 여자, 그를 흠모하던 도로시가 따라 나선다.

아이 하나가 딸린 26세의 순진한 여자.

스토리는 두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강한 승부욕으로 일에 집착하던 그가 신뢰와 의리로 무명의
흑인선수 로드를 감복시켜 마침내 화려하게 성공을 이루는 사나이의
야망이고, 다른 하나는 티없이 맑은 영혼의 도로시와 인생의 시련기를
극복해가는 사랑이야기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유머가 가미돼 "눈물젖은 웃음"을 선사한다.

위기때마다 떠올리는 아버지의 잠언도 공감을 준다.

"가슴이 비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소용없어" "사랑엔 노력이 필요해.
일처럼 말야".

격렬한 경기끝에 의식을 잃었다가 되살아나는 대목에선 환희와 감동이
뜨겁게 전해진다.

"샤인" (스콧 힉스 감독)은 한 천재 피아니스의 삶을 그린 휴먼드라마.

인간의 영혼을 파괴할수도, 부활시킬수도 있는 사랑의 힘을 가르쳐주는
실화다.

위대한 예술가 데이빗 헬프갓 (제프리 러시).

그는 아버지의 독선으로 굴곡진 성장기를 거치면서 감춰진 재능을
인정받지만 늘 쫓기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버지의 권위에 반발해 집을 떠난 그는 "악마의 교향곡"으로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3번을 완벽하게 연주,음악적 승리를 쟁취하고도 극심한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신세를 진다.

그러다 연상의 여인 길리언을 만나 결혼하고 안정을 되찾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정성을 다해 마련한 콘서트에서 "신의 선율"을 연주한
그는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평생 짓눌려온 영혼의 무게로부터 해방된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