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메에...움메에..."

정축년 새해를 여는 한우들의 울음소리가 우렁차다.

경남 남해에서 한우를 키우는 소띠 양축가 임경철씨 (48.남해읍 외금리)의
꿈도 한껏 부푼다.

올해는 자신이 이끄는 남해육우회의 고유브랜드 "남해화전한우"를
전국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양축규모도 배이상 늘려보자는 것이 그의
새해설계다.

새벽같이 일어나 밤늦게까지 소와 씨름한지 10여년.

새해 벽두도 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침 6시에 일어나 이웃마을인
남해읍 서변리 축사로 향한다.

5백평 남짓한 윗쪽 축사에서 1백10마리의 한우가 그의 발걸음소리를
알아채고 "움메..."하며 반긴다.

아랫쪽에 새로 지은 축사에서는 지난 연말 새로 들인 30마리의 송아지들도
덩달아 어미에게 뒤질세라 요란을 떤다.

임씨는 새해에 1백마리의 한우를 더 들여놓을 작정이다.

그러면 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같다.

새해 첫날 남해에 떠오르는 햇살을 맞는 그는 그래서 신바람이 절로난다.

"많이 키우기만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수입쇠고기보다도 맛있고 질좋은 한우고기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목푭니다"

한우고급육을 만들기 위해 지난 수년간 밤잠을 설쳐가며 노력해왔지만
올해는 특히 쇠고기냉장육도 수입되는터라 거듭 마음을 다잡게된다.

숫송아지를 거세한뒤 큰소로 탈바꿈시키는 24개월동안 먹이는 사료의
종류와 양, 먹이주는 때, 사육장교체시기 등을 빈틈없이 챙겨야 맛좋은
한우고기가 나온다.

소들을 한마리 한마리 돌본다는 것은 어릴때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한 그로서는 쉽지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저 소처럼 미련하고 우직하게 밀고나가고 있다.

그가 온갖 정성을 들인 영농법인 남해육우회의 "남해화전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며 담백한 맛이 자랑이다.

창원의 대동백화점과 남해축협매장에서 이 브랜드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의 뉴코아나 그레이스백화점에도 팔았었지만 너무 멀고 물량도 딸려
못보내고 있어 아쉽다.

지난해에는 고급육개발의 공로를 인정받아 그와 고생을 나눈 부인
정성순씨(44)와 함께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마늘 등 농산물을 판매하다 실패하자 역시 소띠해인 지난 85년
송아지값이 10만~20만원으로 떨어질 때 이를 사들이면서 기업형 한우사육에
도전하게됐다.

한우의 우월한 품성과 육질에 대한 그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외국소, 특히 잡우의 경우 매우 난폭하지요.

그러나 한우는 온순합니다.

고기맛도 수입쇠고기가 한우고기를 따라올 수가 없어요.

미국산 호주산도 먹어봤습니다만 냄새도 이상하고 맛도 물맛이어서
못먹겠습디다"

값이 비싸더라도 한우육질이 뛰어나면 한우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 도전까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맛좋기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화우도 알고보면 한우의 피가 90% 섞였는것.

육질이 좋은 한우를 조상으로 해서 맛이좋다는 얘기다.

새해에는 경기가 되살아나 소비자들이 맛좋은 남해화전한우를 더욱 많이
찾아줬으면, 그리고 소값도 조금은 올랐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 경남 남해 = 채자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