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의 장관은 더더욱 제때 제대로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요즘 정보통신부장관은 결단을 내리지 않고있다.
중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검토"만 반복하는 모습이다.
스스로의 약속, 더구나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한 약속마저도 못지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세기통신과 한국이동통신의 로밍(통신설비상호이용)이다.
이 문제가 국회로까지 비화되자 강봉균장관은 "정부의 중재에 따라 로밍을
하기로한 만큼 성사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시한도 올해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연말이 가까워진 지난 27일 오후 "신세기통신이
한국이동통신 아날로그 시스템과의 로밍을 포기했다"고 발표했다가 다음날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간의 로밍은 별도로 추진키로 했다고 해명했다.
신세기측의 반발과 국회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회피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한 대응이었다.
"로밍은 민간사업자간의 문제여서 정부로서도 강하게 밀어붙일 명분이나
수단이 없다"는 정통부의 하소연도 일리는 있지만 약속을 지키려는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정통부 장관이 올해중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것 가운데 아직 성사되지
않은 사안은 이뿐만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사업준비를 하는데 필요한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의
식별번호, 시내전화등 신규통신사업자및 초고속망사업자 허가계획, 통신요금
통합고지방안등 한둘이 아니다.
정통부가 좌고우면만 하는 바람에 기업들만 고생하고 있다.
통신사업 참여를 준비중인 기업은 "정통부 정책방향" 알아내기에 열중하고
통신사업자는 정통부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통신사업이 외국의 거대사업자와 맞설수 있는 국제
경쟁력을 갖출수 있을까.
정건수 < 과학정보통신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