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500년을 지배한 학술사상이자 정치이데올로기인 유학, 특히
성리학을 학파별로 연구한 학술서가 나왔다.

동양철학서 전문출판사 예문서원이 한국철학연구모임인 한국사상사연구회
(회장 유초하 충북대 교수)가 조선시대 유학을 학파별로 나눠 연구,
토론한 내용을 한데 모은 학술서 "조선 유학의 학파들"을 내놓은 것.

지금까지 조선시대 유학에 대한 연구는 인물별 연구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문제별 연구가 조금씩 추가돼 왔을 뿐이라는 점에서 이번의 "조선
유학의 학파들" 출간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유초하 교수는 서문을 통해 "성리학이 조선시대 내내 아무 갈등이나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으면서 그 자체로 완정한 체제를 이루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조선시대 유학의 전체상을 역동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발전적인 조선유학사, 한국사상사를 산출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각 학파들에 대한 학계의 연구성과를 종합하고 정리하는 데
주안점을 두면서 하나의 학파가 선대와 후대, 또 동시대 학파와 관련하여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는지를 찾아내는 데도 유념했다고.

이 책에는 모두 22명의 전문학자들이 필자로 참가했다.

대표적인 논문은 "조선 성리학의 이론적 정초-관학파" (유초하 교수)
"천명도와 조선 성리학의 향방-후기 사림파" (정대환 전북대 교수)
"기론과 도학정신의 융합-화담학파" (장숙필 고려대 강사)
"주리설의 확립과 도덕적 인간화-퇴계학파" (김기현 전북대 교수)
"수양과 실천의 통일-남명학파" (손병욱 경상대 교수)
"주기설의 확립과 실천적 경세론-율곡학파" (황의동 충남대 교수)
"세계관의 변화와 선진문물의 수용-북학파" (김형찬 고려대 강사) 등.

특히 박학래 숙명여대 강사는 논문 "리 일원론에 기초한 개혁론자들-
노사학파"를 통해 19세기 제국의 침탈에 강한 척사위정의 정신으로 맞서는
등 실천적인 도학의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노사학파를
조선성리학 6대가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기정진의 성리설과 그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편 예문서원은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조선시대 유학의 제학파에
대한 연구를 앞으로 각 1권씩의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