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훈 < 선경경제연 연구위원 >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 94년 하반기부터 95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엔고특수
에 힘입어 95년에 30.3% 증가세의 수출호황을 누린바 있다.

그러나 96년들어서는 엔화가 약세로 반전된데다 세계시장에서의 반도체 철강
일부 중화학공업제품 등의 수출단가가 급락하면서 11월까지 수출실적도 4.1%
의 저조한 증가세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수출은 지난 90년 이래 최악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며 내년 수출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금년 수출의 낙폭이 특히 컸던 이유는 최근 우리 수출구조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총수출에서 중화학공업부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년의 40%대에서 95년
에는 70%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고 중화학공업제품 가운데에서도 반도체 철강
화학 기계 자동차 가전등 6대 수출품목의 향방에 의해 전체 수출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중화학부문 수출은 금액면에서 크게 부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물량면에서는 90년대 평년증가세 수준은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거기에다 경공업부문 수출물량도 94년부터 본격 회복되기 시작하여 96년에도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결국 최근 수출의 급감원인은 물량의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단가요인, 그것도
중화학공업부문의 단가하락에서 기인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러면 내년도 수출경기는 과연 회복가능한 것인가.

내년도 수출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우선 단가요인과 물량요인으로 나누어
살펴 보자.

수출물량은 해외수요를 나타내는 해외GDP(국내총생산)가 증가하거나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나타내 주는 실질실효환율이 높아지면 증가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 경제예측기관들의 내년도 해외GDP 전망치는 96년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향방도 내년 상반기중 경상수지 적자 폭이 크게 개선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고평가쪽보다는 저평가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가지 요인 모두 물량증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내년도 수출물량은
금년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수 있다.

수출단가는 일반적으로 달러표시 국내생산코스트 요인과 해외시장에서의
제품수급 요인 등에 의해 결정된다.

과거 우리나라 수출단가 추세는 주로 달러표시 국내생산코스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96년의 경우에는 이례적으로 해외시장에서의 공급과잉에 의해 수출
단가가 폭락하여 달러표시 국내코스트수준과 커다란 괴리를 보이고 있다.

결국 내년 수출회복가능성의 관건은 물량면에서 호조세가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화학공업부문 수출단가의 회복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중화학공업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철강 등의 수출단가는
세계적인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지 않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년말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들어서는 세계경기 호조에 따른 수요증가및 신제품 수요창출
등으로 이들 업종의 수출단가는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 보면 97년의 수출은 물량면에서의 상승요인과 더불어 하반기 단가의
점진적인 회복세로 증가율상으로는 금년의 4.5%에 비해 크게 높아진 12%대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가도 내년 상반기중 특히 수출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서서히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과거 수출과 관련이 높은 제조업부문 주가가 상품수출에 비해
2.4분기 내지 4.4분기정도 선행하여 왔던 점과 최근 해외 펀드매니저들의
내년 한국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내년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