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 이동근 외과의원 원장 >

치질 (치핵) 만큼 다양한 수술법과 민간요법이 남용되는 질환도 드물다.

이는 각 치료법이 가지는 장단점이 있고 치질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이 다르며 한가지 방법만으로 만족스런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 선택이 필요하고 그렇지 못할때에는 심한
부작용이 일어난다.

30대 중반의 회사원이 변을 보기 힘들고 변이 가늘며 조금만 변비가
생기면 항문이 찢어지는 출혈이 있다며 병원을 찾아왔다.

5년전 용하다고 소문난 민간의 돌팔이에게 주사치료를 받은뒤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진찰해보니 그의 항문은 민간요법사가 주사한 부식제에 의해 항문조직이
썩어 문드러지고 막혀 버렸다.

민간요법사들은 주사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에 비해 위험한 약물을 이용한다.

심한 치질까지 이를 이용해 치료하다보면 치질외에 항문주위의 피부나
심지어 괄약근을 모두 썩게하는 커다란 부작용이 일어난다.

물론 이런 환자는 항문을 늘려주는 항문성형술로 정상적으로 배변할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그가 받은 고통은 어느 것으로도 보상 받을수 없을 것이다.

치질은 증상에 따라 <>1기 : 약간의 출혈 <>2기 : 배변시 피가 나오고
치질덩어리가 작고 하나일때 <>3기 : 변을 보거나 피곤할때 치질덩어리가
밖으로 나와 집어넣어야 하는 경우 <>4기 : 치질덩어리를 안으로 집어
넣으려해도 들어가지 않을때로 나뉜다.

주사치료는 초기치질에 국한해 사용하는 것으로 경화제를 주사해 치질을
항문벽에 부착시키는 방법이다.

치료가 간편하고 적절히 사용하면 통증없이 사용할수 있으며 비용이
적게 들지만 심한 치질에는 효과가 전혀 없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은 경화제가 개발돼 주사치료가 쉬워지고 있다.

한편 출혈하는 1cm 가량의 치질에는 고무링으로 묶어주는 결찰요법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들 두가지 치료법을 3~4기 치질환자에 적용할 경우 거의 모두
재발한다.

이밖에 냉동요법 동맥결찰 전기응고 울트로이드 치료법도 있으나 진행된
치질에서는 부작용이 많고 치료효과가 떨어져 요즘에는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다.

심한 3~4기 치질의 치료는 절제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나 통증이
심하고 치료기간이 길다는게 단점이다.

통증을 줄이려 근래에는 레이저절제술이 수술칼절제술보다 더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한 레이저열로 치질을 태우는 응고술이 1~2기 환자에게 적용된다.

레이저수술은 가장 간단하고 통증이 적으며 재발률이 2%이내인 치료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치질도 역시 예방이 중요하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과 물을 자주 섭취하고 용변후에는 가급적 따뜻한
물로 항문을 세척해줘야 한다.

차가운 곳에 앉지 말고 과음 흡연을 피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책이나 신문을 오래보는 것도 치질을 자초하는 행위이므로
삼가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