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중소업체가 협력기업의 지원으로 회생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동합금판류 제조업체인 범진화학금속(대표 홍준희).

지난 75년에 설립된 이회사는 중소기업으로는 흔치않게 85년부터
기술연구소를 설립, 고진공 상태에서 플라즈마 합성에 의한 신물질 제조에
성공하는등 첨단 금속화학기술을 개발하는데 앞장서 왔다.

꾸준한 기술개발 노력결과 1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는등 관련업계에서
기술개발에 진력하는 드문 기업으로 평가를 받아온 업체.

범진화학금속은 지난해말부터 거래기업의 부도로 간간이 1-2억원의 어음이
휴지조각이 되는 바람에 손해를 보다가 원자재 공급업체인 모금속의 15억
부도로 결정타를 맞아 지난 1월말 53억원의 연쇄부도를 냈다.

특이한 점은 부도 한달전 홍대표가 모든 거래기업과 금융기관에 부도를 i
예고했다는 점.

20년이 넘게 중소기업 경영에 몸바쳐온 홍사장이 남에게 피해를 끼칠 수
없다는 고집 때문이었다.

법정관리 신청여건이 되니 법원에 신청하라는 주변의 권유도 피해확산을
우려해 뿌리쳤다.

뾰족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십년이상 거래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대기업
거래선에서 구원의 손길을 뻗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성실한 거래관계와 우수한 제품품질을 감안하면 약간의
지원으로도 회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공장보수설비등을 납품받아오던 고려아연은 수억원어치의 자재물량을
앞당겨 발주, 운영자금에 숨통을 틔워줬다.

LG금속은 자금지원의 방편으로 원자재 임가공을 대량 발주,
범진화학금속이 밀려든 어음결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밖에 LG산전, 포스코등의 거래 대기업도 결제조건을 개선하는등 범진이
쌓아온 고품질 제품납품과 10여년간의 성실한 거래를 감안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오랬동안 범진에서 기술을 익혀온 전문엔지니어들도 흔들리지 않고 일에
매진했다.

그결과 범진화학금속은 재가동이후 자금운영에 여유가 생기고
올연말까지는 4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평소의 1백20억원에 비해 크게 못미치지만 회생의 계기는 마련된
셈이다.

또 기초소재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동부품의 매출비중이 늘고 있어
내년초부터는 부도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회사는 최근 회사명칭도 하나금속으로 바꿔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홍대표는 "협력 대기업의 지원과 종업원의 노력이 회생의 계기가 됐다"며
"평생을 일궈온 재산은 잃었지만 회사가 정상회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인천=김희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