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주민들의 탈출러시를 막기 위해 국경경비 초소를 2배로 늘리고
있으며 국경경비 초소당 근무인원도 3배 가까이 대폭 증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사시에 대비해 가정집에 화생방 기재를 비치토록 한 뒤 주민들에게
화생방교육을 실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대규모 인명살상이 예상되는
화생방전을 불사할것임을 예측케 했다.

북한을 탈출, 중국과 홍콩을 경유해 최근 귀순한 김경호씨(61) 일가
등 16명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김씨의 넷째딸 명순씨(28)는 임신 8개월로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이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김씨 일가의 탈북을 도운 최영호씨 (30.회령시 안전부 노무자)는
"주민들의 탈출이 계속되자 4km마다 1개씩이던 국경경비초소를 2km마다
1개씩으로 지난 9월부터 증설중"이라며 특히 탈출로로 흔히 이용되는 도
강지점에는 잠복호를 별도로 설치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경호씨의 맏며느리 이혜영씨(26)는 "북한에서는 임산부들이 해산후
먹을 것이 부족해 몸 보신을 위해 태반을 먹는 등 식량사정이 극도로
악화됐다"며 병원에서는 약제사용 명목으로 태반을일체 내주지 않기
때문에 임산부들은 고단백으로 알려진 태반을 먹으려고 병원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호씨의 둘째딸 명실씨(36)는 "북한은 80년대 후반부터 하나만
낳기 운동을 벌이다 식량난으로 출산기피 현상이 확산돼 군 징집대상이
모자르자 올해초부터 자녀 많이 낳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10명
이상의 자녀를 낳는 사람에게는 "모성영웅"칭호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명실씨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나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모성영웅이 무슨 대수냐고 불평하고 일부 임산부는 의사에게 뇌물까지
주며 비밀리에 낙태수술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남궁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