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이번 인사는 김승연회장의 본격적인 친정체제 출범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소그룹장을 포함한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앞서 비서실 개편에 손을
댔다는 점이 이런 해석을 가능케 한다.

한화는 그동안 성낙정총괄부회장 중심으로 각 소그룹장들이 책임을 지는
자율경영체제를 택해왔다.

이 분권적인 시스템 하에서 그룹비서실은 종합조정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왔었다.

조직은 8팀 1백20여명으로 어느 그룹 못지 않았지만 권한은 계열사의
기획실이나 비서실 수준에 불과했었다.

그러던 비서실이 이번 인사로 부사장급 실장위에 따로 회장을 둔 강력한
의사결정기구로 부상한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이와함께 "팀제를 버리고 담당제를 도입해 언제든 사안에
따라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힘을 부여하고 시스템을 바꿔 비서실이 명실상부한 그룹의 중추신경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회장이 가장 신임하는 전문경영인인 박원배회장에게 그룹비서실을
맡겼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제3의 개혁"에 이은 또 다른 개혁작업과 사업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비서실 중심으로 선도하겠다는 김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는 인사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비서실이 "조직.인력 축소, 책임.권한 강화"라는 큰 틀안에서
개편됐다는 점은 앞으로 예상되는 소그룹장과 사장단 및 임원의 인사가
"대폭직인"것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회장이 창립45주년이 되는 내년부터 직접 경영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올연말 인사가 어떤 그림으로 그려낼 지 주목된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