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경제법령 가운데는 헌법 또는 상위법령에 위반되거나 상하위 법령간의
체계가 잘못된 경제법령이 많아 전반적인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6일 내놓은 "경제법령의 위헌요소 검색" 보고서
(집필자 이철송 한양대 교수)에서 공정거래법상의 경제력 집중억제제도를
비롯, 지주회사 금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방식, 상호출자 제한, 출자총액
제한,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하도급법은 물론 은행법상의 은행주식
소유제한, 임원선임에 대한 간섭등은 모두 위헌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또 증권거래법상의 발행시장 진입제한, 증권예탁원의 의결권 행사, 기업공시
등도 합리성이 결여돼 있고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모든 법령은 상위법의 위임범위내에서 효력을 가질 수
있으므로그 내용이 설혹 현실적인 타당성을 갖더라도 상위법령과 충돌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전제, "경제법령의 경우 당면한 경제적 과제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 현실적인 효율을 이유로 합헌성의 요청을 경시한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에 제정된 법 가운데 위헌적인 입법이 상당수 있기도 하지만
관성적인 입법자세 때문에 지금도 위헌적인 입법이 효율을 명분으로 감행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물리적 강제력에 의한 법집행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준수를 얻지 못하며 법적용상의 차별을 야기하고 부정한 기회를
창출, 더 많은 사회문제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내용중 위헌소지가 큰 것으로 지적된 주요 법령을 간추려 소개
한다.

<> 공정거래법상 경제력 집중억제제도 - 87년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서
말하는 "경제력 집중" 또는 "경제력 집중억제"라는 말은 지나치게 모호해
이 제도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기 어렵다.

규제이유가 이처럼 모호하다 보니 이 표제하에서 도입된 지주회사금지,
상호출자금지, 출자총액제한,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의 제한, 금융보험
회사의 의결권제한 등이 왜 규제돼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중 지주회사금지를 제외한 나머지 규제는 모두 대규모 기업집단에만
적용되며 시행령에서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범위를 계열회사의 총액기준으로
상위 30위까지의 기업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기업집단의 총자산규모가 상위 30위에 이르는 것을 경제적
집중으로 보고 공법적 규제를 해야할 반가치적 상태로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타당한 규제목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공정거래법상의경제력 집중억제제도는 기본권 제한의 일차적인
요건을 결여하고 있다.

<> 지주회사 금지 - 이 법은 지주회사의 판단기준을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으나법효과의 중요성에 비추어 모법에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행령에서 개념정의를 하더라도 모법에 위임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 법
8조에는 어디에도 시행령으로 지주회사의 판단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위임
규정이 없다.

또 국내에서 지주회사가 기업집단형성의 수단으로 사용된 예는 전혀 없다.

현실적 폐해가 없는데도 금지한 것은 헌법 제37조 2항에서 규정한 "필요성"
의 요건(불가피한 경우)을 결여한 것으로 위헌이다.

<>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방식 - 당사자인 기업의 활동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만큼 지정기준은 법률에서 완결적으로 정해야 하나 구체적인 기준을
포괄적으로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법령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의 총자산은 기업활동의 성과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며 30위의
순위에 드느냐 여부는 기업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본권 제한의
예측가능성 확보라는 시각에서 볼 때 위헌이다.

법 적용에 있어서도 30위내의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기업성장을
막는 결과가 돼 헌법이 경제이념의 기초로 삼는 자유시장경제원리(헌법
제1백19조1항)와 평등의 원칙(제11조)의 본질적 내용에 어긋난다.

<> 상호출자 제한 - 상호출자가 자본을 공동화하고 출자없는 지배를 가능케
하는 문제점은 인정되나 이는 회사법적 차원에서 사법적 수단으로 규제될
문제일 뿐 공법인 공정거래법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다.

따라서 규제의 타당근거를 갖지 못한 위헌적 입법이다.

<> 출자총액 제한 - 출자총액제한은 기업의 새로운 사업영역 진출을
억제한다.

이는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활동을 억제하므로 경제자유주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의 처분을 제한하고 기존의 진출기업과의
관계, 그리고 비대규모기업집단 기업과의 관계에서 기회를 차별하므로
위헌성이 현저하다.

<>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 주식취득이 허용되는 한 의결권이 제약
받을 이유는 없다.

기업집단의 기업지배 자체가 법으로 금지되는 것이 아니고 금융.보험회사의
주식취득이 법으로 금지되는 것도 아니므로 이 제도는 명백한 재산권의
침해이다.

<> 하도급법 - 하도급법은 계약당사자들의 자유로운 합의로 결정돼야할
사항에 대해서까지 행정관청이 정책적 동기에 의해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울러 계약당사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줄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하도급법은 사적 자치의 대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개고 하도급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불평등한 법이다.

<> 은행소유주식제한 - 은행은 기본적으로 영리의 주식회사이므로 민간인의
자유로운 소유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은행주식 소유에 제한을 두는 것은 재산취득을 제한하는 것으로
평등의 원칙과 재산권 보장의 원칙 그리고 직업선택의 자유에 위배된다.

<> 은행법상 경영지도기준 - 은행은 민간소유의 영리단체인 만큼 경영은
은행내의 적법한 의사결정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도 의무적인 재무
비율과 자산운용지침등을 경영지도기준으로 정해 간섭하는 것은 기업활동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다.

<> 증권거래법상 발행시장의 진입제한 - 유가증권의 모집.매출은 유가증권
신고서등을 통해 증권관리위원회에 소정사항을 신고하는데 그치는 것이고
증권관리위원회도 모집.매출을 허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증권관리위원회가 유가증권인수업무규정 등을 통해 발행
절차를 사실상 허가주의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는 어느 법률에도 근거하지 않은 규제로 당연히 위헌이다.

<> 증권예탁원의 의결권 행사 - 이 제도는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에 소액
주주들의 참석률이 저조해 총회 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
총회성립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민간기업의 주주총회 성립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혹은 공공복리와 관계가
없으므로 권리제한의 이유를 결여한 위헌적인 기본권 제한이다.

<> 종업원 지주제 - 이 제도는 종업원에 대해 과도한 특혜를 부여하는
동시에 주주들에 대해서는 신주인수권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이 법이 공개기업과 상장기업에 대해서만 종업원지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