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위상이 과거에 비하면 훨씬 약화된 요즘이지만 아직도
각 그룹에서 종합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때문에 종합상사 사장자리는 여전히 그룹의 간판경영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물산 신세길사장은 삼성그룹이 길러낸 전형적인 "상사맨"출신
사장이다.

지난 64년 그룹 공채 4기로 물산에 입사한 신사장의 이력서는 초창기에
한국비료로 잠시 전근되고 89년부터 2년간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것
외에는 온통 "삼성물산" 일색이다.

사장직을 맡은 후에는 업계 최초로 소사장제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조직혁신을 단행했고 올해부터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시동을 걸어
순이익이 작년의 3배가 넘는 성과를 올렸다.

현대종합상사 박세용사장은 상사 사장외에 그룹종합기획실장 현대상선사장
등 1인3역을 맡고 있다.

그만큼 그룹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치밀하면서도 지칠줄 모르는 일에대한 열정이 그의 장기다.

현대상선 사장을 맡은 후 올해까지 9년연속 흑자행진을 지속한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올해는 삼성물산을 제치고 현대종합상사의 수출실적을 1위로 끌어올려
다시한번 그의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주)대우의 강병호사장은 은행원에서 상사맨으로 변신해 사장에까지
오른 대우그룹의 신세대 전문경영인이다.

산업은행에서 10년간 쌓은 경력으로 국제금융시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는 강사장은 종종 금융세미나에 연사로 초빙되는 국제금융통이기도
하다.

지난해 사장에 취임한 후에는 소위 "신바람 경영"으로 조직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다.

덕분에 올해 무역의 날에 1백억불 수출탑과 금탑산업훈장을 동시에
거머쥐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고문직을 맡게될 LG상사 박수환사장은 교통부에서
항공국장까지 지낸 독특한 경력의 경영인.

81년 관계를 떠나 범우항공 대표로 LG맨이 된 후 LG전자부사장
LG금속사장 등을 거쳐 94년 상사 사장을 맡았다.

관계에 발이 넓어 그룹의 대관업무에도 깊숙이 관여했으며 LG금속 사장
때는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단숨에 흑자로 돌려놓는 경영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번 LG그룹인사에서 차기 LG상사 대표로 내정된 이수호부사장은
박사장과는 대조적으로 LG상사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상사맨이다.

그는 특히 영업부서 뿐 아니라 지원부서에서도 두루 경력을 쌓아
상사업무 전반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48세로 종합상사 사장중 가장 젊은 (주)쌍용의 안종원사장도
입사이후 오직 상사맨의 외길을 걸어온 정통 상사맨이다.

미국의 뉴욕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따온 학구파이면서도
일본지사 근무시절 야쿠자까지 동원한 현지 경쟁업체들에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 수주를 따낸 "강골"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주)선경의 김승정사장도 LG의 박사장처럼 전경련 KDI주임연구원
등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다.

93년 (주)선경의 경영을 맡고부터는 외형성장보다는 내실위주의 경영을
펼쳐 조직 및 사업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현채인과의 일체감 조성을 위해 글로벌 스태프라는 용어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라이제이션에 일가견을 자랑한다.

지난 9월 효성T&C(구동양나이론)사장에서 효성물산사장으로 옮겨온
백영배사장은 효성그룹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으로 실력과 파이팅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그룹공채 1기출신인 그는 입사 12년만인 지난 79년 33세의 나이에
대성목재 이사로 발탁됐고 94년에는 공채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효성T&C사장에
올랐다.

백사장은 80년대 초반 4년간 효성물산에 근무할 당시 중동 서남아
등 오지시장을 휘젓고 돌아다니며 신규시장을 개척했는데 이번에
다시 사장으로 복귀하자마자 해외지사를 돌아다니며 정력적인 수출독려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 임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