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카스테낭고 (Chichicastenango)는 해발 2,000m 고원에 자리잡은
인구 8,000만명의 자그마한 원주민 마을이다.

1400년대 나라를 세운 키체마야가 1524년 정복자 알바라도에게 무너질
때까지 통치했던 마을 중 하나로 현재도 교통의 오지에 속하여 전통적인
풍습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특히 아직도 매주 두 차례 정기 시장이 열리고 있어 민예품을 사려는
외국 여행객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은 여행지이다.

치치카스테낭고는 수도인 과테말라시티와 제2의 도시인 케찰테낭고를
잇는 주도로에서 불과 1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 길과 치치카스테낭고 사이에 큰 계곡이 하나있기 때문에
17km의 직선 거리를 가는데 버스로도 30분 이상이 걸린다.

계곡밑에까지 버스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치카스테낭고를 지나면 넓은 고원 평야지대가 펼쳐져 예부터
마야인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왔다.

1540년 스페인 사람들은 치치카스테낭고에 성토마스라는 성당을 지었다.

작은 마을이라 성당 건물은 아주 단순하지만 대도시의 성당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을 성토마스 성당에서는 볼 수 있다.

워낙 마야의 전통이 강했던 곳이라 마야신들에 대한 예배도 성당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성당 안은 성당 아래 묻혀있는 그들 조상의 영혼을 위해 가족들이 밝혀
놓은 촛불로 인해 기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마치 무당 소굴에라도 들어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곳이다.

마야신에 대한 기원은 성당으로 들어오는 계단의 최상층부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성토마스 성당과 더불어 마야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장소 중의 하나가
치치카스테낭고 남산의 꼭대기에 해당하는 파스콸 아바호이다.

희생의 돌이라는 의미를 가진 곳으로 우위프타카라는 70cm 정도의
마야지신의 돌상이 십자가와 더불어 자리잡고 있다.

규칙적이지는 않지만 종종 꽃,술을 바치는 제사가 치러지며 무당이 종종
닭을 죽여 피를 뿌리기도 한다.

아무튼 치치카스테낭고에서는 마야의 종교 전통이 카톨릭과 혼합되어
공존하는 기묘한 풍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통은 교통이 발달하고 새로운 문물이 급속히 들어오면서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반면 전통 민예품을 위주로 하는 시장은 모두가 이윤을 남길 수 있어서
인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치치카스테낭고의 민예품 시장은 성토마스 성당 앞에 있는 광장에서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

특히 일요일의 경우 안티과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던 외국 여행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때문에 주중에 죽어있던 치치카스테낭고가 북새통을
이루는 날이다.

민예품은 화려한 색깔의 실로 집에서 직접 만든 모직물들이 주를 이룬다.

점점 변화하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과테말라의 여자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이런 옷들을 입고 다닌다.

전통 복장이 색은 화려하지만 내구성이나 편안함, 가격에 있어서는
공장에서 나온 옷에 비교가 되지 않음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행객들이 민예품을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은 직접 만든
옷을 입는다.

치치카스테낭고는 사라지고 있는 마야의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마을 중의 하나이다.

강문근 < 여행가 >

<< 여행정보 >>

치치카스테낭고는 과테말라에서 버스로 3시간 반이 소요된다.

과테말라를 방문하는 데는 비자가 필요하며, 직항 비행기는 없고
미국이나 멕시코를 거쳐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장이 서고 간혹 종교 행사가 벌어지는 일요일에
치치카스테낭고를 여행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토요일은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20분 정도 떨어진 지방 수도인 엘키체에 숙소를 구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일반 대중 교통 수단은 상당히 피곤하므로 간혹 안티과에서 봉고차를
이용해서 일일투어로 치치카스테낭고를 다녀오는 여행객들도 있다.

인터넷의 http://www.greenarrow.com/guatemala/를 방문하면
치치카스테낭고에 대해 사이버투어를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