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유통업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세진컴퓨터랜드가 기우뚱거리기
사작했다.

올상반기까지 고속성장을 지속하며 월매출 600억원선을 웃돌던 것이
400억원대로 떨어지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세진을 이끌고 있는 한상수사장은 판매부진을 벗어나기위해
세진컴퓨터랜드를 전문유통그룹으로 육성시키겠다는 장기발전비전을
지난달 25일 제시했다.

그는 통신판매업체인 세진홈마트를 설립한데 이어 편의점 택배업
할부금융업 신용카드사업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사장은 여기에 머물지않고 9일에는 기자들과 만나 노트북컴퓨터
행망용PC 잉크젯프린터등을 자체브랜드로 판매하는등의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세진의 임직원들은 한사장이 타고난 사업수완을 발휘해 세진을
재도약시켜 줄것으로 기대하고있다.

또 세진이 올들어 3.4분기까지 PC내수시장 점유율 3위로 떠올랐다는
미국 IDC사의 조사결과에도 고무된 분위기다.

그러나 한사장의 이같은 행보는 한사장의 세진컴퓨터랜드 경영일선퇴진설
<> 대우통신과 세진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김우기대우통신전무의
돌연사임 <> 세진컴퓨터랜드의 부도설 등에 이어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더구나 한사장의 이같은 경영계획은 대주주인 대우통신측과 사전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더하게 만들고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와관련 세진컴퓨터랜드의 판매부진으로 최고경영진의
경질가능성이 대두됨에 따라 위기를 느낀 한사장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서둘러 사업계획을 발표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그는 대우통신의 지분참여시 올해 매출액을 6,800억원으로 끌어올릴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세진의 올매출액은 5,500억원선에 그칠 전망이다.

게다가 세진컴퓨터랜드의 지분을 한사장과 대우통신이 각각 49%씩
균점하고 있는데다 나머지 2%를 대우측 고문변호사가 보유하고있어
대우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직접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는
상황이다.

대우통신의 컴퓨터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세진컴퓨터랜드를 관리해오던
김전무가 돌연 사임한 것도 대우가 세진을 직접 챙기기위한 사전포석으로
여기는 시각도 만만찮다.

유기범사장은 10일 이와관련 세진의 매출실적과 한사장 진퇴를
연계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며 "세진문제는 한사장이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대우측의 관계자는 이에대해 "80개에 가까운 세진의 유통망을 활용할
여지가 많은 가능성과 직간접으로 엄청난 자금을 지원하고도 대우통신제품의
판매증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 사이에서 저울질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유 두사장간의 견해차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사장은 그동안 세진컴퓨터랜드의 사업다각화 문제를 유사장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져왔다.

그러나 한사장은 장기발전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컴퓨터유통을
제외한 어떤 분야에서도 대우통신과 협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대우측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었다.

세진의 주식이 상장되면 자신의 주식을 모두 직원들에게 나눠줄 것이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는 한상수사장.

그의 꿈에 또한번 날개를 달게 될지 경영권문제로 시달리게 될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분위기이다.

< 김수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