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이후 2기행정부 조각에 골몰해온 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5일 국무장관을
포함한 외교안보팀 인선을 확정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외교정책을 이끌 사령탑인 국무장관직에 여성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유엔대사를 임명했다.

미국역사상 여성이 외교총책인 국무장관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또 국방장관엔 윌리엄 코언 상원의원이 임명됐다.

코언 상원의원 역시 공화당인물로 클린턴 민주당정부의 요직을 맡게 됐다는
점에서 인사배경에 대한 얘기가 분분하다.

이와함께 클린턴대통령은 중앙정보국(CIA)국장에는 앤터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을, 안보담당보좌관 후임엔 샌디 버거 부보좌관을 임명
함으로써 외교및 안보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클린턴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우선적으로 지난달초의 대선결과 나타난
민의를 수렴한 조치로 풀이된다.

올브라이트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국무장관으로 기용된 것은 지난 대선
에서 클린턴쪽에 여성표가 몰린 사실과 관계가 깊다.

여성파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실제로 클린턴 재선이후 여성단체들은
여성이 포함된 입각을 끈질기게 요청해 왔다.

앨 고어 부통령도 여성 파워를 의식해 올브라이트를 강력히 천거했다는
인사후문이다.

클린턴이후의 대권주자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고어 부통령 입장에서
4년후의 선거를 의식해 미리 "여성표"를 잡아 두자는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올브라이트 신임장관의 임명은 그녀의 직전 직책이 미국 국무부의 핵심
포스트 가운데 하나인 유엔대사라는 점에서 한국관계를 포함한 외교정책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브라이트장관은 대한국 외교에 관련해서도 북한 핵동결문제및 잠수함
침투사건이후의 남북관계등에서 미국의 입장을 정리하는데 있어 유엔대사
로서 미 국무부 정책에 깊숙히 개입해 왔기 때문에 그녀의 장관임명으로
미국 외교가 크게 달라질게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대한 클린턴 외교정책은 북한핵 동결과 남북한 대화를
강조하는 기존의 정책방향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브라이트장관은 59세로 소신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이 미국 외교가의
평이다.

그녀는 11세때 부모를 따라 체코에서 이민온 이민자 출신이다.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딴 올브라이트장관은 지난 93년 유엔대사로
임명돼 4년동안 국제 외교무대를 주름잡아왔다.

유엔대사중엔 한반도문제에서 뿐아니라 보스니아사태 대이라크제재등
굵직한 외교현안을 처리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공화당계 상원의원이 국방장관이 된 것도 "여소야대" 의회로 판가름난
지난달대선의 민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해보자는 클린턴행정부의 제스처로 평가된다.

중앙정보국 국장과 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직에 대한 인사는 기존 안보팀내의
순환인사차원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미국의 대외 안보정책도 기존정책의 틀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이번 인사 성격에 미뤄 볼때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이 당분간
현기조로 이어지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클린턴
행정부의 대응이 전보다 민첩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중앙정보국 국장 백악관안보담당등에 기존노선을
지향하는 인물이 임명된 가운데 특히 공화당인사 입각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행정부과 의회간의 공조체제 구축으로 미국의 정책결정과정이 예전보다
신속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 김혜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