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 소보원피해구제국 서비스팀장 >

문) 휴가를 다녀온 사이에 집에 도둑이 들어 각종 패물과 신용카드 4장을
도난당했다.

밤 11시께 발견하고 즉시 112 및 카드사에 신고했지만 이미 범인이
그날 낮에 백화점에서 무려 800여만원을 부정사용한 이후였다.

각 카드사에 보상신청을 한 결과 3개 카드사에서는 전액 손실보상처리해
주었으나 190만원이 사용된 1개 카드사로부터는 보상을 거절당했다.

이유인즉 카드뒷면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증거로서 가맹점 판매원이 써 주었다는 "미서명확인서"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본인은 이전에 카드로 인한 사고를 경험한 바 있어 항상 카드
뒷면에 서명을 한 채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방안이 없는데 보상받을 수 있는가.

답) 현행 각 신용카드사들의 회원규약에 의하면 카드가 도난.분실되어
부정사용된 경우 신고전 15일까지는 전액 보상하되 카드뒷면에 서명을
하지않은 상태에서 분실하여 부정사용된 경우에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카드가 도난되고 존재하지 않으므로 서명여부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에 대해서는 카드사에서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회원은 카드가 도난.분실되어 부정사용된 것임을 입증하면 족하고 카드
뒷면에 서명이 존재하였음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

미서명 입증은 도난.분실에 의한 부정사용임에도 보상거절을 주장하고자
하는 카드사의 몫이다.

이 사례의 경우에는 카드사에서 가맹점에서 작성한 확인서를 카드뒷면
미서명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맹점의 증언은 특별히 인정할 만한 객관적 정황적사유가
뚜렷하지 않다면 그 자체만으로 미서명 증서로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가맹점은 카드거래에 있어서 당사자의 지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카드뒷면의 서명과 전표의 서명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카드사의 조사시 서명대조의 의무에 대한 책임소재를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서명이 없었음을 주장할 현실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례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먼저 회원의 영문이름이 "xxSEOK"이고 카드뒷면에는 한글로 "xx석"으로
기재해 놓았음에도 부정매출전표의 서명은 "xx숙"으로 되어 있었다.

이는 회원이 흘려 쓴 "석"이 일견 "숙"과 매우 유사하게 보이는 점으로
보아 범인이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카드뒷면에 서명이 존재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라고 할 것이다.

또한 가맹점의 미서명확인서도 카드사에서 미리 작성한 문장에 각자 날짜
성명 등을 기록한 형태인데 판매당시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 진술없이
일률적으로 양식화한 것을 가맹점의 자의적인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카드사에서 입장을 수정, 전액 보상처리하여
주었음을 첨언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