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없는 디지털 오피스(Digital Office)시대가 오고 있다.

최근 각 기업체들이 업무효율화와 종이자원의 절약, 근무환경의 변화를
위해 디지털오피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SI(시스템통합)업체인 H사.

이회사는 최근 몇년새 근무환경이 몰라보게 바뀌었다.

가장 큰 변화는 사무실에서 묵직한 서류와 책들이 없어졌다는 점.

보고서 연구기획서 업무관련책자등 수도 없이 많았던 종이서류가 사라지고
대신 사내 LAN(구역내통신망)에 연결된 펜티엄급 컴퓨터와 디스켓, 17인치
모니터, 스캐닝장비가 들어섰다.

근무환경이 휠씬 쾌적해져 업무능률이 배가되었다는게 이 회사 사원들의
중론이다.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열리던 회의도 없어졌다.

이회사 L차장은 출근하면 담당상사나 부하직원을 찾는 대신 컴퓨터를
통해 사내 문서관리시스템을 뒤적인다.

메일로 들어온 지시사항이나 고객의 문의사항이 입력번호와 함께
일목요연하게 들어있다.

회의가 소집돼도 문서자료가 필요없다.

참석자의 자리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모든 내용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문서를 일일이 복사하거나 팩스 우편을 통해 전달해야 했던
일이다.

L차장은 사내에서 문서로 업무연락하는 것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고
말한다.

이제는 사원들이 서류를 어떻게 처리 또는 보관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해할 정도라고.

대신 외부에서 오는 팩스나 우편물들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것도 스캐너를 이용해 내용별로 저장하고 있어 결국 종이는
없어지게 된다는게 L차장의 설명이다.

"디지털 오피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성능 컴퓨터와 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환경이 필수적이다.

최근 펜티엄프로급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대형컴퓨터에서나 가능하던 복잡한 업무가 개인용 컴퓨터로도 충분히
처리할수 있게 됐다.

또 현재 사용중인 100 Mbps 급 FDDI(고속전송방식)나 150 Mbps 급
ATM(비동기전송방식)네트워크도 무리없는 업무연락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전용망이나 광케이블이 구축될 경우 회선지체때문에 사용을 꺼리던
인터넷을 이용, 해외및 지방사무소와의 업무연락도 원활해질 것이다.

저장장치와 스캐닝장비의 고성능화도 디지털오피스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디스크1장당 700메가바이트(동영상 75분)를 저장할 수 있는 고밀도
CD롬이나 이보다 용량이 큰 ODD(Optocal Disk Drive :광디스크드라이브)를
100개이상 주크박스형태로 꾸며놓은 저장장치들은 기존 데이터를 담기에
충분하다.

또 기존 문서를 디지털데이터로 읽어들일 수 있는 스캐닝장비도 필수.

이 장비는 현재 20만~30만원대의 저가로 판매되고 있다.

L차장은 앞으로 수년내에 자신의 책상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감원이나 퇴직때문이 아니다.

그는 종이문서가 없는 사무실은 자연히 사무실이 필요없는 "모빌
오피스(Mobile Office)"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선으로 인트라넷에 연결, 메인서버에 저장된 업무관련 데이터를 읽고
사무실에는 필요한때만 출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컴퓨터메이커인 S사에 근무하는 최영식차장(36)은 당분간 종이없는
사무실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판매 구매등의 업무에 없어서는 안될 각종 증빙서류가 전자문서형태로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어 세법관련 증빙문서들은 항상 별도로 전달되거나
보관되어야 한다.

따라서 관련법규가 바뀌지 않는 이상 디지털오피스는 당분간 힘들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또 일부 관계자들은 경영층의 컴퓨팅환경에 대한 인식변화도 디지털오피스
시대로 넘어가기위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로 보고 있다.

컴퓨팅환경에 대한 논의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쯤으로 생각하고
구색맞추기에 급급한 경영으로는 경영효율화나 경쟁력제고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