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으로서의 대기업그룹 소속 경제연구소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한가지 분명히 대답할수 있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분명 관련 계통에서
"최고의 직장"이란 점이다.

대학부설 연구소나 국책연구원에 비해 연구주제도 자유롭고 보수나
복지수준도 높기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 가운데 연구소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긴 매우 어렵다.

우선은 "노동강도"가 강하다.

보통 출근시간은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이지만 퇴근 시간은 한정없이
길어지는 일이 잦다.

갑자기 생긴 프로젝트의 경우는 일주일 내내 자정 퇴근을 각오해야한다.

시간외 수당 같은 건 아예 없다.

토요휴무가 늘어가는 시대풍조와는 완전히 반대다.

그러나 이건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비전"이다.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들이 해외유학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한 지원도 안해준다.

대낮에 박사과정에 다닐 수 있는 연구소는 일부 은행부설연구소뿐이다.

연구원들에겐 학위가 중요하다.

자신의 연구는 해가 갈수록 자연히 "권위"가 떨어지게 돼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4~5년 근무하면 계열사로 옮겨달라고 우는소리를 한다.

대학이나 여타직장으로 전직을 노리는 연구원도 적지 않은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연구원과 연구소장의 위상이 높아 가는 것처럼
연구원들의 근무여건이 동반상승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