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국내 남자 프로골프의 스타를 꼽는다면 단연 강욱순(30.안양CC)과
최경주(26.슈페리어)이다.

프로 8년차인 강은 오메가 (아시안 PGA)투어 상금랭킹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4년차인 최는 국내 상금왕에 오르면서 정상급 선수로서 위치를
굳혔다.

최상호 박남신이 건재하지만, 두 선수의 등장으로 남자프로골프도 이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성 싶다.

세대교체의 간판주자로 떠오른 두 선수는 올해 "한국 선수로 첫 아시아
정상" "프로데뷔 최단기간 상금왕"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97 시즌에는
피할수 없는 라이벌로 부딪칠수 밖에 없다.

두 선수는 아시아 무대에서도 최상호 박남신을 이어갈 한국 간판선수로
부상할듯 하다.

96 오메가투어 상금왕이 확실시되는 강은 97 유러피언투어 출전권을
확보했다.

소속 중앙개발(주)에서는 강의 해외대회 출전경비 전액을 지원할
방침이다.

상금왕으로서 일본 투어 출전권은 결말이 나지 않았으나 일본 진출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프로골퍼로는 최초로 후원회가 구성된 최는 2년정도 국내에서 기반을
다진뒤 일본에 진출할 예정이다.

후원회는 최의 해외진출을 적극 돕자는 뜻에서 만들어졌고, 난제인
경비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일본진출은 시간문제일 듯하다.

남자프로골퍼가 해외무대에서도 성공할수 있을지 그 열쇠를 두 선수가
쥐고 있는 셈이다.

두 선수는 모두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 환경이 오늘의 두 선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골프도 스포츠인 이상 헝그리정신이 어느선수 못지않게 투철하다는
얘기다.

강의 강점은 침착함과 체력.

표정이 거의 없는 강은 트러블에 빠져도 심리적 동요가 거의 없어
"멘탈" 측면에서 어느선수보다 앞선다.

구부정한 걸음걸이가 겉으로는 약하게 보여도 "목욕탕에서 본" 그의
체력은 알토란 그 자체라는 것.

동남아시아 각국을 돌며 벌이는 오메가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만 봐도 강의 체력을 짐작할수 있다.

최의 강점은 단단한 하체.

골프에서 하체의 중요성을 모르는 골퍼는 없다.

중고시절 역도 축구 씨름 선수로 활약한 최는 키가 172cm로 프로골퍼로는
비교적 단신이나 체중은 82kg이다.

그 체중의 대부분이 양 다리에 분포돼 있을 정도로 천부적 하체를
자랑한다.

성격은 다혈질에 터프하지만 골프선수가 되면서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고.

또 스스로도 "냉철함"을 유지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다.

두 선수는 올해는 한번도 같이 라운드해보지 못했지만 무명시절을
포함, 지금까지 4~5번 같이 라운드했다.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강은 최에 대해 "스윙하는데 100%의 힘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골프를 깨우친 사람만이 할수있다"고 치켜세운다.

반면 최는 강에 대해 "라운드내내 표정에 변화가 없으며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부럽다"고 평한다.

각자의 단점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강은 결정적 순간 50~60야드거리의 어프로치샷 실수가 많은 것을 알고
집중 훈련중이다.

퍼팅이 약한 최는 그 감을 회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라이벌 대결은 최종일 마지막조였을때 더욱 흥미진진한 법.

97 시즌에는 두 선수를 마지막조에서 같이 볼수 있기를 바라는 골퍼들이
많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