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효 < KTB컨설팅 사장 >

하찮은(?) 책 한권이 세번씩이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김정현 장편소설 "아버지"였다.

바쁜 생활가운데서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한달전에 시집간 큰딸 덕분이다.

결혼식날 아침 책상 위에 편지와 예쁘게 포장된 책 한권이 놓여 있었다.

책의 제목은 "아버지".

그러나 그날 아침 눈시울을 적셨던 것은 그 책이 아니라 딸의 편지였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딸의 성화로 그 책을 읽었다.

심신이 나약해진 탓일까.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

"아버지"란 책 때문에 흘린 두번째 눈물이었다.

동병상련의 눈물이었으리라.

하룻밤 사이에 다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 담배를 물었다.

세번째로 눈시울이 적셔졌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복받쳤던 것이다.

작가의 소재가 좋았다.

완전 "픽션"이 아닌 것 같다.

설득력이 있었다.

6.25동란을 겪은 오늘날 50대 중반 가장들이 겪는 소외감과 갈등을 잘
묘사했다.

그리고 그들 특유의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을 잘 그렸다.

인성이 메말라가는 요즈음 사람냄새나는 표현은 아주 적절하다.

뒤늦게 췌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된 아내와 자식들의 애정처리는
일품이다.

요즈음 흐트러지기 쉬운 가정의 울타리를 엮는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부부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하며 가족간의 "스킨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묘사했다.

천주교의 ME 운동이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

주인공과 의사 및 변호사의 우정도 치열한 경쟁속에 얼룩진 현대사회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최근 "남편 기 살리기"운동을 전개할 정도로 가장인 아버지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

자칫 소외되기 쉬운 남편과 아버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서 소설 "아버지"에 대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혼이 만연하고 있는 X세대에도 이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