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동아시아 국가간의 실질적인 금융 협력의
강화를 위해 "동아시아.대양주 중앙은행 임원회의(EMEAP)"의 기능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총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홍콩에서 개최한 "96 유럽-동아시아 경제
지도자회의"에서 "동아시아 금융 협력의 미래"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총재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급속한 자본자유화로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통화위기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EMEAP의 중추적
역할이 통화위기에 공동 대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총재는 EMEAP를 통한 통화위기 대처방안으로 쌍무적인 RP(환매조건부
채권) 계약과 통화스와프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즉 역내 국가에 통화위기가 발생했을때 그 나라의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채 등 외국채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환매조건부로 매각해 달러자금
을 조달하고 이를 재원으로 위기를 수습한뒤 다시 채권을 되사는 방안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화위기때 자국의 화폐를 상대국 중앙은행에 맡기고 임시로 외환을
융통할수 있는 통화스와프 제도의 도입도 역내 통화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방안이 될수 있을 것이라고 예시했다.

이총재는 "동아시아가 그동안 통화위기의 중심에서 떨어진 안전지대에
있었지만 이제는 급변하는 세계 금융환경 속에서 통화위기의 파장이 이 지역
에도 확산될 소지가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간 금융 협력의 강화
를 통해 지역내 통화위기를 사전예방하는 것이 이 지역뿐 아니라 세계전체의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홍콩회의에는 로렌스 쇼메루스 독일 경제장관, 일본의 가토
대장성 차관, 이언 맥팔레인 호주중앙은행 총재 등 WEF의 초청을 받은 유럽
과 아시아 30여개국의 경제지도자 500여명이 참석, 분과별로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논의한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