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장세가 다시 오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순환상승에 불과한 것일까"

삼성전자 포항종합제철 등 핵심블루칩들이 8일 일제히 강세를 보이자
시장의 판도변화에 대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경기관련주의 바닥이 확인돼 시장의 질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과
블루칩의 강세는 단순한 순환매에 불과한 것이라는 의견이 대립된 것.

우선 이날 블루칩의 강세는 경기관련주의 상승전환의 신호라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미 모건스탠리사가 삼성전자와 포철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한데다 최근
엔화가 강세로 전환됐다는 점이 경기관련주의 상승을 예고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신 주식운용팀 안효문 차장은 "경기관련주는 주가하락폭이 컸다는게
큰 호재다.

특히 반도체경기의 회복소식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거시경제지표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장을 주도해온 개별종목군들에 대한 가수요도 마무리된 상태여서
재료주에 대한 매수세가 지속되기는 힘들다는게 안차장의 분석이다.

게다가 정부의 증시대책도 공급 축소보다는 기관투자가들의 수요 확대로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경기관련주 등 블루칩의 탄력적인 상승
을 점칠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날 블루칩의 강세는 주가하락폭이 컸던 종목들에 대한 순환매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블루칩중심으로 시장의 패턴이 변화하기에는 수급여건이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에게 블루칩에 대한 매수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다.

제한된 고객예탁금으로 3조원 가까운 신용융자 물량의 부담을 해소할때까지
는 블루칩의 탄력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유근성 투자정보부장은 "과거의 경험을 살펴보면 개별종목장세에서
수급이 개선되면 저가주를 위주로 지수회복이 이뤄진 뒤에야 핵심블루칩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며 "이날 블루칩의 상승이 시장의 판도가 바뀐 것을 의미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