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대권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신한국당에서는 대권후보의 상당수가 멤버인 상임고문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상임고문단이 구성된후 실질적인 첫 모임인데다 지구당개편
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열려 회의 개최의 배경과 시기 회의내용등을
둘러싸고 당내외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결론적으로 이날 회의에서는 특별한 사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지만 상임
고문들이 당운영에서 자신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상임고문단을 만들어 놓고 당에서 회의다운 회의를 한번도 갖지 않은데다
당고문들의 지구당 개편대회 참석여부와 관련, 당내에서 이런 저런 말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홍구대표의 회의 불참사실을 뒤늦게 안 일부 고문들이 거세게
항의, 한때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도 오랜만이라 회의실이 몇층인지도 잊었다"는 김명윤고문의 뼈있는
말과 "당대표도 없는데 우리끼리 무슨회의를 하느냐"는 이만섭고문의
볼멘소리는 회의전부터 분위기를 묘하게 만들었다.

회의시작 직후에도 이대표의 불참에 대해 일부 고문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 민관식고문이 "불만있는 사람은 나가라"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이대표가 인사차 당사에 들른 유종하 신임 외무장관
을 대동, 회의실에 들어섰으나 이번에는 당고문들의 지구당 개편대회 참석
여부를 둘러싸고 중앙당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만섭고문이 "지구당 개편대회에 누구는 오라, 누구는 오지 말라는게
말이 되냐"고 운을 떼었고 이어 이회창고문도 "지구당 대회 참석여부는
고문들에게 맡겨야 한다.

중앙당에서 간섭하지 않는게 좋다"며 최근 중앙당과 대권후보군간의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이대표는 이에대해 "고문중 누구를 초청하느냐 여부는 중앙당과 협의
2-3명 정도가 참석토록 하되 지구당위원장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밝혀
중앙당의 "개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뜻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권후보론에 부분에 있어서도 이만섭 고문은 "국가를 관리하는데는 오랜
경험과 경륜이 필요하고 젊은 의욕만으로는 독선하기 쉽다"며 이대표의
"젊은 후보론"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대표는 "젊은후보이야기는 야권에 비해 여당후보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적어 우리당이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것이었는데 젊다는 부분이 이상하게
강조됐다"며 그 부분을 양해해달라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문단은 회의소집문제에 대해서도 이를 정례화할 것과 이대표는 물론
당 3역도 참석할 것을 요구, 당운영에 자신들의 의사를 좀더 반영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상임고문단회의를 앞으로 정례화, 매달 한번씩 첫번째 금요일 열기로
하고 이대표는 물론 당 3역도 회의에 참석키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부산 경남지역 중소기업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최형우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참석했고 이대표 주재로 12시에 마련된 오찬에는 소위 대권
후보군에 속하는 김윤환 이한동 이회창 박찬종고문은 모두 다른 일정으로
불참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