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산크리스토발로 줄여 불려지는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는 멕시코 남부에 자리잡은 치아파스 주의 중심
도시이다.

지난 94년 1월1일 원주민 폭동이 이곳에서 일어나기 전까지는 일반인
들에게는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마야 유전지 팔랑케(Palenque)가 버스로 다섯 시간 거리에 있고,
주변 마을에서 마야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원주민들이 선조들이 살았던
방법과 별 다를 바 없는 생활방식으로 여전히 공동체를 이루고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원주민 생활에 관심이 있는 여행객들에게는 상당히 인기가
있는 곳이다.

산크리스토발이 속한 치아파스주의 면적은 무려 남한의 75%에 달한다.

모든 지역이 북위 18도 아래 위치하기 때문에 주 전체가 정글로 뒤덮여
있다.

거의 3년동안 멕시코 정부군이 반군을 제압하지 못하는 이유도 정글에
있으며 스페인에 복속되지 않은 원주민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이유도
정글에 있다.

정글로 피신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치아파스 주에서는 더위 때문에 2,000~3,000m 사이의 고산지대에 많은
원주민 마을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중심도시가 과거 주의 수도였던
산크리스토발이다.

현재 수도는 해안 평야 지대에 자리잡은 툭스틀라구티에레스로
농장주들의 땅 구입을 용이하게 하고 원주민들에 의한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해 1892년 옮겼다.

94년 폭동이 시작되었지만 산크리스토발은 여전히 여행객들의 중심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은 거의 없으며, 반군들이 모두 복면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보통 때는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산크리스토발의
시장에 다니는 등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크리스토발 주변에서 주목받는 원주민 공동체는 산후안차물라(San
Juan Chamula) 마을과 시나칸탄(Zinacantan) 마을이다.

이들이 많은 여행객들에게 주목을 받으면서도 TV나 잡지에 소개되지
않은 것은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사진이 영혼을 빼앗아간다고 믿는 이들 마을에서는 종종 이를 무시한
외국 여행객들이 살해당하기도 한다.

이런 미속 신앙들이 카톨릭 신앙과 결합되어 두 마을의 성당의 분위기는
사뭇 신비롭다.

같은 소실 원주민들이지만 현재 사는 모습은 차물라와 시나칸탄은 사뭇
차이가 난다.

붉은색 옷을 입는 시나칸탄 사람들은 상당히 현대의 제도를 수용하고
있다.

인구 1만5,000명의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있는 시나칸탄에서는 남자들은
농업에 종사하고 여자들은 민예품을 파는 상업에 종사한다.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민예품은 공판장에서 정가로 공동 판매를 하기
때문에 서로 가격 경쟁을 할 일이 전혀 없다.

사진에 찍히면 어린이가 잠을 잘 수 없어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믿음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여전히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지만 어른이나 마을의
정해진 구역에서는 마을 차원에서 관광지로 개발을 위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반면 4만명이 사는 차물라 마을은 입구의 공동 묘지가 사람을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공동 묘지 부근에서는 돈을 주면 사진을 찍도록 허락하겠다는 맨발의
소녀들이 카메라를 맨 여행객 주위로 몰려든다.

하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변한다.

특히 성당에 들어가면 전통을 이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선 성당에는 의자가 없이 바닥에 향이 나는 침엽수를 깔아 놓았다.

주로 마을 사람들은 병 때문에 성당을 찾는다.

전 가족이 함께 와서 콜라에 포시(Posh)라는 전통 술을 타서 마신 후
병의 치료를 기원한다.

사방에는 원주민 성인들의 성상이 수십개 놓여있고 성당안을 밝힌 수십
개의 촛불이 신비감을 더한다.

하지만 이곳도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지 마을 광장의
중앙에서 마을 사람이 찍히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강문근 < 여행가 >

[[ 여행 정보 ]]

산 크리스토발은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로 21시간이나 걸리며 유카탄 반도의
칸쿤에서는 16시간이 소요된다.

85km 떨어진 툭스틀라구티에레스에 비행장이 있다.

열대지역이지만 고도가 높아 기온이 상당히 내려가므로 두터운 옷을
준비해야 하며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우비나 우산도 꼭 챙겨야 한다.

시나칸탄이나 차물라 마을에 가는 방법은 일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매일 아침 소칼로에서 출발하는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