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값폭락으로 수출이 1백50억달러가량 차질을 빚었으며 전체적인
교역조건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의 반도체가격 하락과 1,2차 석유파동이
교역조건및 수출입에 미친 영향"에 따르면 16MD램의 평균가격은 작년
1~9월중 개당 50달러에서 올 같은기간엔 절반수준인 개당 24달러로 폭락했다.

이에따라 작년 9월까지 1백51억4천만달러에 달했던 반도체수출액도 올들어
9월까지는 1백36억8천만달러로 감소했다.

한은은 만일 올해도 반도체 수출단가가 작년과 같은 50달러수준을 유지
했다면 반도체수출액이 2백85억달러에 달했을 전망이라며 반도체값폭락으로
1백48억2천만달러의 수출이 차질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출차질액은 올들어 지난 8월까지 경상수지적자규모(1백52억4천만
달러)의 97%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작년 동기 총수출액의 16.4%에 해당하는 것으로 반도체값폭락이 무역
수지적자를 악화시킨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1,2차 석유파동때 원유가상승으로 인한 수입증가액이 전년
총수입액의 각각 16.5%와 13.0%에 해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반도체값
폭락사태가 무역에 미친 영향은 석유파동때 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값폭락으로 올들어 수출상품 교역조건은 7.4% 악화됐다.

이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수출상품의 가격하락에 의한 교역조건 악화폭
8.8%의 84.1%를 차지하는 것으로 반도체값폭락이 교역조건악화의 주범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그러나 지난 74년의 제1차 석유파동때와 79년의 제2차 석유파동때는
원유가급등으로 교역조건이 각각 26.6%와 20.4% 악화됐던 것에 비하면
반도체값폭락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값급등때보다 덜 하다고 설명
했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최근의 반도체 하락사태를 석유파동과 비유해
"반도체 쇼크"라고도 부르지만 이번 분석결과 반도체가격 하락은 엄청난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하면서 가격체계와 산업구조등 경제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석유파동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