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의 동유럽 현지공장간 "차종 교환생산"이 본격화된다.

대우자동차는 폴란드 현지공장인 대우모터폴스카가 생산중인 소형상용차
"루블린"을 루마니아의 로대에서도 생산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로대는 연초부터 대우 씨에로를 생산하기 시작한 승용차 전용공장.

이 공장에 대우모터폴스카가 생산하는 소형상용차 모델을 투입해 상용차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대우는 체코 현지공장인 아비아사의 소형트럭을 대우모터폴스카에서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루마니아 로대공장에서는 대우모터폴스카의 소형상용차를 생산키로
한데 이어 체코 아비아의 소형트럭이나 버스를 투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가 이처럼 본격적인 차종 교환생산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대우자동차 해외프로젝트담당 윤병철이사).

현지공장에서 제각기 다른 모델을 생산해서는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양산효과"를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유럽국가의 자동차 수요는 아직 많지 않다.

가장 수요가 많다는 폴란드의 자동차 판매가 승.상용차를 모두 합쳐도
지난해 30만대를 넘지 못했다.

단일 국가만을 상대로 한개 모델을 생산할 경우 생산량은 10만대를
넘을 수가 없다.

상용차의 경우는 2만대가 맥시멈이다.

따라서 각공장에서 경쟁력 있는 모델을 다른 나라의 공장에서도
생산토록해 시장을 넓히겠다는게 대우 차종 돌리기 전략의 골자다.

시장을 넓혀 물량을 늘리고,물량을 늘려 생산비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 실현방안인 셈이다.

대우가 지금까지 동유럽에 확보한 자동차 공장은 폴란드의 대우-FSO와
대우모터폴스카, 루마니아의 로대, 체코의 아비아 등 네곳.

이들 공장은 모두 기존 공장을 그대로 인수한 것이다.

따라서 모두 그동안 생산해오던 각각의 고유모델을 갖고 있다.

이 공장들을 대우가 운영하고 있지만 대우 제품을 주종으로 생산하고
있는 곳은 아직 루마니아 로대 한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저마다의 고유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우-FSO는 1천4백 ~1천9백cc 급 승용차인 폴로네즈를 생산하고 있고
대우모터폴스카는 1t급 소형트럭과 밴, 체코 아비아는 2~3t급 소형트럭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승용차인 폴로네즈는 20년이나 된 구형이어서 곧 대우가
개발한 신형모델로 교체된다.

그러나 "대우모터폴스카와 아비아의 상용차는 모델 교체 없이도
상당기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아비아 정길수사장)이다.

트럭 버스 등 상용차가 차종 교환생산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유다.

현지 국가간 경제격차도 대우 전략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동유럽에서도 대표적인 저개발국가.

그런 만큼 현지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상용차는 디자인이나 성능
모두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고급 모델을 들여다 생산할 수는 없다.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대가 생산키로 한 폴란드의 소형버스는 값이 싸다.

성능도 루마니아에서 팔리는 소형상용차 가운데는 상급이다.

가장 현지사정에 맞는 차종인 셈이다.

차종 교환생산은 궁극적으로 대우 독자 상용차모델 생산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는 대우모터폴스카에 2000년까지 총 3억4천만달러를 투자해
현지모델인 소형트럭의 생산능력을 6만대로 늘리는 한편 대우가
개발중인 중소형 상용차도 10만대씩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체코 아비아에도 같은 규모의 투자에 나서 99년부터는 대우의 중소형
상용차를 7만5천대씩 생산할 예정이다.

루마니아에서도 대우 중소형 상용차를 생산하게 되면 상용차의 동유럽
생산망이 다 짜지는 셈이다.

대우는 현지에서 최적 부품조달 체제 구축을 노리고 있다.

엔진은 체코에서, 프레스대물은 루마니아에서, 프레스소물은 폴란드에서
전담하는 식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생산에 앞서 기존모델로 미리 생산체제를 갖춰놓을
필요가 있다.

시장도 미리 확보해 놓는다는 계산이다.

승용차와 함께 대우자동차 세계경영의 한 축이 될 중.소형 상용차.

그 생산체제 구축작업이 차종 교환생산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