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가 만능인가"

인터넷 등장에 따른 유통경로 축소와 프로그램개발 노하우 축적으로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기능향상) 시기가 크게 단축되면서 사용자들은
예전보다 자주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미국의 경우 5년전만해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주기가 2년이었으나
1년으로 줄고 있으며 최근들어 일부 경쟁이 치열한 소프트웨어는 6개월로
단축되고 있다.

네트스케이프의 내비게이터와 웹브라우저(웹검색용 프로그램)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의 경우 작년 11월 1.0버전이 등장한
후 올해 4월에 2.0, 8월에는 3.0이 나왔으며 빠르면 오는 12월께 4.0이
선보일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1년주기로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이같은 업그레이드는 주로 기존 소프트웨어가 갖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형태로 이뤄지는게 대부분이다.

지난 8월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 3.0b의 다음버전으로 선보인 한글프로96
의 경우 인터넷 접속기능과 차트를 그리는 기능 등 여러기능이 추가됐다.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당연시하고 있는 사용자가 많은게 현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업그레이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우선 하드웨어 사양을 따져보는 것이 급선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486, 586으로 불리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의 속도및 하드디스크
용량과 램 등의 메모리용량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운영체계(OS)를 윈도3.1에서 윈도95로 업그레이드 할때 386이나
486 SX급 컴퓨터로는 한계가 있다.

윈도95용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소프트웨어 역시 이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컴서비스의 임재현과장은 "윈도95에서 제성능을 낼수 있는 한글프로96의
경우 486이상의 CPU와 16메가 램, 80~230메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가 요구
된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들어 소프트웨어의 덩치가 커지고 있어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수용할수 있는지를 살펴보는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쓰고 있는 제품의 기능중 불편한 점이 제거됐을때
업그레이드의 가치가 있다고 얘기한다.

쓰지도 않는 기능 몇가지 추가됐다고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또 사용자가 PC의 OS를 바꿨다면 응용소프트웨어도 해당 OS를 최대한
지원하는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체 종사자의 경우 기업의 업무용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 될때
호환성차원에서 업그레이드를 생각해 볼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함께 사용법이 크게 바뀌지 않을때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용법이 달라지면 새로 소프트웨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글과 컴퓨터사는 이점을 감안, 한글프로96의 단축키를 도스용 아래아한글
의 단축키와 거의 동일하게 만들었다.

이같은 점을 모두 고려한 다음 업그레이드를 할때 유의할 사항은 기존
소프트웨어의 경로명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소프트웨어가 기존제품을 지우거나 덮어쓰는 식으로 업그레이드를
할수 있는데 덮어쓸 경우 경로명이 다르면 중복으로 깔리게 돼 하드웨어
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