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한도가 확대됐으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한도확대 첫날 4,92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둘째날인 2일
277억원어치를 순매수, 사자강도를 크게 낮췄다.

주문종목도 한전을 제외하고는 첫날 동시호가때 주문을 냈던 종목들이
대부분이어서 매수대상이 거의 바닥났음을 보여주었다.

3차 한도확대때인 지난 4월에는 저금리로, 2차 한도확대때인 지난해
7월에는 경기연착륙에 대한 기대로 3개월여간 오름세를 탔으나 이번에는
활황세를 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우증권 구자삼이사는 "외국인의 사자주문이 잠잠해졌다"면서 한도확대로
인한 매수세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처럼 단시일내에 마무리된 것은 무엇보다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되고 있고 원화가 절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지난달부터 매물로 나오고 있는 대규모 신용융자잔고가 투자심리
를 억누르고 있고 시중금리도 12%대에서 머물러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를 끌어올릴수 있는 기본재료가 없는데다 수급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설명이다.

동방페레그린증권의 백경화 상무는 "원화절상과 기업수익악화가 현재
증시의 발목을 잡고있는 두가지 악재"라면서 이번에 외국인들이 주문을 낸
종목들은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증시가 당장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는 견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기대했던 만큼의 많은 자금이 유입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유입된 자금
만큼은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동원증권 이충식 기업분석실장은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사자주문을 내지
않고 있으나 주식을 매도한 기관들이 다시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며
종합주가지수 830-850선까지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주식시장이 한차례 큰 폭의 유동성장세를 펼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도 있다.

물론 이같은 견해는 앞으로 시중금리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진다는
가정에서이다.

시중 금리가 지난 4월이후 오름세를 보였던 것은 반도체를 비롯한 경기의
급격한 침체로 재고자산이 늘어나 운전자금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운전자금수요가 줄어들고 재고증가로 시설투자자금
수요도 감소하고있어 다시 10%대의 금리를 기대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경화상무는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사회간접시설투자확대 상업
차관 도입허용 등의 정책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해외자금유입으로 금리가
한자리수까지도 내려갈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같은 상황에서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업종구분없이 모든 종목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이러한 장세를 점치기는 어려워 오르는 종목은 제한적
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한도 확대 이틀째인 2일 저가대형주가 올랐으나 계속 상승무드를 타기에는
자금수위가 낮다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대형주가 어느정도 오르고 나면 매기가 다시 중소형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충식 기업분석실장은 "현재의 고객예탁금으로 볼때 대형주가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새로운 재료가 나오면 다시 중소형주들이 개별적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